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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여름방학! 하지만 부모들에게는 방학이 무섭다. 맞벌이 부모들에게는 아이들끼리 집에만 있는 게 걱정되고 집에 있는 부모들에게 역시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부대낄 생각을 하면 걱정된다. 아이들 역시 방학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방학 심심해요~”
“아침부터 학원 가는데 뭐가 좋아요.”
물론 아침부터 시간 맞춰 나와 종소리와 선생님의 잔소리와 함께 보내는 긴장의 연속인 학교생활 역시 힘들다. 그러기에 방학은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기간이다.
여름방학! 성장과 희망의 기회로 삼으려면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일단 방학의 바탕에 부모가 가져야할 생각이 있다. 첫째는 방학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라는 것. 긴 어린 시절 속에 방학은 행복한 추억의 한 조각이다. 단순히 이번 방학만을 생각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아이의 미래와 진로를 생각하는 방학이 되어야 한다. 둘째는 ‘시간 채우기’가 아니라 ‘시간 비우기’가 되도록 하자. 아이가 뒹굴거리고 멍하게 있는 걸 보지 못하고 어떻게 해서든 학원이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찾아서 등록하려고 하는 부모님들이 있다. 혹시라도 방학 때 나쁜 습관이 자리 잡힐까, 다른 아이들은 이 시간에 뭐라도 하고 있을 텐데 하는 불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여유 속에서 아이들은 사색하고 배우고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낸다. 아이들은 방학동안 하고 싶은 일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아무것도 안하고 몇 일 있고 싶다고 말한다. 어른도 휴가를 맞이하면 몇 일 만큼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고 싶다. 방학을 하고 몇 일은 아무 것도 안하고 늦잠이든 컴퓨터 게임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 몇 일이 지나고 나서는 함께 계획을 세워서 알차고 재미있게 보내기로 약속한다.(이 때는 컴퓨터게임이나 스마트폰은 엄격하게 시간제한을 해야 한다.)
방학계획은 어떻게 세워볼까? 매일 매일 시간대별로 무엇을 할지 적어놓은 동그란 시간표를 만들어놓고 지켜본 적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방학을 덩어리째 보자. 나는 아이들에게 방학날짜가 표시되어 있는 이런 달력을 나눠준다. 이렇게 보면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 방학도 그다지 길지 않다고 느껴진다. 이러한 달력에 하루가 지날 때마다 표시하라고 한다. 전에는 개학날이 다가와서야 일기를 쓰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달력을 보면 조금 더 일찍 시작하게 된다. 시간관념과 장기적인 계획력을 세우기에는 동그란 하루 시간표보다 한 달 달력 시간표가 더 좋다는 것이다.
둘째는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써보자. 덩어리째 계획 세우는 두 번째 방법이다. 이번 방학을 지나고 이것만큼은 꼭 실천하겠다 싶은 게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있고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게 있다. 두 가지 종류의 일을 스스로 생각하고 적어서 탁상달력처럼 책상 위에 놓아두어 보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도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해야 할 것을 하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기회를 주되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때 해야 할 것에 공부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고 하고 싶은 것에는 경험에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공부와 경험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
셋째, 욕구발견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
〈세바시〉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이우학교의 김주현 교사가 학교에서 14일간 진행했던 욕구발견 프로젝트에 대해 강연한 적이 있었다.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장기적인 시간을 두고 해보는 것이다.
‘쿠키 구워서 길거리에서 팔아보기’, ‘종이접기 포트폴리오 만들기’, ‘여러 직업인 인터뷰해서 인터뷰신문 만들기’, ‘만화책 만들기’, ‘친구들 캐리커처 그리기’, ‘영화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기’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주제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우리 반 아이가 신문 만들기를 하면서 교장실에 찾아가 인터뷰 날짜를 잡고 질문을 만들어 녹음하며 인터뷰를 진행하고 내용을 신문으로 정리했다. 영어선생님께는 영어로 질문 내용을 만들어 질문하고 내용을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웠을지 짐작이 가는가?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하면 많은 부모님들은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수학학원 하나 더 다니는 것보다 훨씬 가치로운 일이다.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과 체험 속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찾기를 원한다. 그러한 경험 속에서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취미가 생긴다. 미래는 직업이 여러 개가 될 것이고 자신만의 강점을 빛내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방학은 욕구발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최고의 시간이다.
넷째, 공부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하자.
아무래도 공부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성적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긴다. 아무리 좋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해도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공부를 스스로 하는 습관을 기르고 수학 문제집을 꼬박꼬박 풀어서 예·복습을 하도록 하자.
초등학생 방학,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면 행복한 미래를 디자인해나가는 시기가 될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더 행복하고 더 알찬 여름 방학이 되기를 바란다.
현 경기 안양동초등학교 교사 / 초등생활처방전 저자 이서윤
[이서윤의 초등생활처방전] 초등학생 방학은 어떻게 보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