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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소울(Soul, 2020)'이 인기인가 봅니다. 주변에서 '소울'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는 분들이 많네요. 영화를 싫어하는 부모님은 없으시겠지요? 최근에는 어떤 영화를 보셨을까요? 혹시, “코로나 때문에 무슨 영화를 봐요?”라고 따져 묻는 부모님이 있다면 저는 무척 당황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영화는 이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스낵커블 콘텐츠'가 됐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얼마든지 내 입맛에 맞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이 작다고 투정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오히려 번거롭게 극장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나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앞뒤 거슬리는 대화를 참아가며 영화를 보느니, 차라리 속 편하게 혼자만의 작은 극장을 갖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물론, 빨간 의자가 제공하는 '컵 받침 팔걸이'가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팝콘과 음료는 옆에 둘 수 있으니 구색이 나쁘지 않습니다.
또, 스마트폰으로 부족하다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최신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가정용 TV 모니터가 대형 모니터로 바뀐 지 오래라서 웬만한 극장이 부럽지 않죠. 때아닌 코로나 성수기를 맞아 '넷플릭스(Netflix)','왓챠(Watcha)'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케이블 TV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근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있지요. 평소에는 아깝지 않던 5천 원이 영화를 고를 때는 항상 고민이 됩니다. 게다가 리모컨을 잡은 손이 그렇게 떨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결재 버튼을 누를 때만큼 '결정장애'가 심한 경우도 없을 겁니다.
드디어 초·중고 학교가 일제히 개학했습니다. 신학기가 되면 새내기 학부모님이나 그렇지 않은 학부모님이나 새로운 학교와 학급에서 아이의 적응 문제가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죠. 그렇다고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학교폭력이나 왕따 같은 주제로 아이가 조심해야 할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마음 졸이고 있을 부모님들에게 아이와 관련한 영화 세 편을 준비해봤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한 편의 영화가 백 권의 책을 대신한다.”라고 말 한 적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부모는 자녀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장해야죠.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콘텐츠란 영화, 책, 방송, 소셜미디어, 신문, 강연 등 교육 정보를 내장한 유무형의 자료들을 포함합니다. 또, 소장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도 안 되죠. 중요한 건, 얼마나 유익한 콘텐츠인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님들이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를 점검해 보는 시간도 중요해 보입니다. 그럼 이제 영화를 추천해 볼까요?
첫 번째 작품은 자녀를 둔 부모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봐야 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2015)‘ 입니다. 앞서 언급한 영화 ’소울‘ 제작팀이 만든 영화이기도 하죠. 흔히, 부모님들은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하면, 무턱대고 선입견을 품는 경향이 있지요. 만화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부모가 원하는 전달물질이 넉넉하지 않을 거라 예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시절 애니메이션은 대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보통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부모의 편견을 유쾌하게 돌려세우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어린 자녀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의 행동과 머릿속 심리작용을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가진 감정들을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라는 주요 감정을 캐릭터로 의인화해 아이의 행동을 긴박하게 조정하고 결정하는 모습을 쉽게 보여주죠. 다시 말해, ‘아이가 왜 들쭉날쭉한 감정을 가지는지’에 대한 심리학 영역을 영화는 유쾌하게 보여주며 감동까지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부모님 대부분은 마치 어려운 전문 서적 수십 권을 재밌게 읽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특히, 영화 중간에 아이가 동심을 상징하는 '빙봉'을 떠나보내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보이는 부모님들도 많았죠. 그만큼 이 영화는 아이를 이해하는 영화이자 동시에 부모의 어릴 적 모습을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되도록 부모 두 분이 꼭 함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둔 부모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 ‘우리들(2016)’입니다. 영화 '우리들'은 국내 작품으로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성장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부모는 이 영화를 통해 초등학생 여자아이들의 ’또래 집단’을 구경할 수 있고, 집단 안에서 일어나는 ’왕따‘ 그러니까 아이가 아이를 어떻게 따돌리는지, 또래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위계와 방식도 목격할 수 있죠. 특히, 주인공 아이가 전학 온 아이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는 아이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이탈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는 부모가 아이에게 놓쳤던 작은 부분까지 빼놓지 않고 보여주고 있어 부모님들이 이 영화를 보신다면, 아이와 보내는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습니다. 영화는 초등학생 아이답게 화려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그동안 몹시 궁금했던 아이의 일상을 부모가 마치 앵글 뒤에서 미행하듯 따라가는 느낌이 들 수 있어 생각보다 몰입도가 높은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추천해 드릴 영화는 ‘벌새(2018)’입니다. 아마도 이 영화는 방송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 숱하게 화제가 된 영화라 제목이 익숙한 부모님들도 많을 겁니다. 영화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해외 영화제에서도 많은 상을 휩쓸기도 했죠. 그야말로 영화는 소문난 잔치답게 먹을 것도 많은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이 영화를 본 어머님들은 하나같이 "나도 저랬지"라는 말을 중얼거리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여자아이가 세상을 향해 느끼는 불안과 관계 상실에서 오는 두려움 그리고 아이가 일상에서 겪는 시행착오 등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죠. 그래서 영화는 주인공 여자아이가 사춘기 과정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빗대어 1초에 60번 날갯짓하는 '벌새'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부모님들에게 편안한 이유는 시대적 배경이 1994년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학교와 동네 풍경이 낯설지 않고, 주인공이 입고 나온 교복은 지금이라도 입고 싶게 만듭니다. 어쩌면, 영화는 중학생 여자아이를 향하고 있지만, 영화의 의도는 부모를 지목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 영화는 온 가족이 꼭 함께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는 많습니다만, 본디 숙제가 많으면 시작부터 한숨이 나오기 마련이지요. 개학을 맞아 부모님들의 마음이 온전치 못하다는 걸 누구보다 공감합니다. 특히, 새내기 학부모님들은 더 하실 겁니다. 개학 분위기가 궁금해 연구원 근처 초등학교를 찾았더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특히, 새내기 학부모님들이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때? 학교 좋지? 싫지 않지?"라는 질문에서 아마도 개학을 앞둔 전날까지 학교에 안 가겠다는 아이의 시위가 그려졌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갔다는 건, 어쩌면 아이의 ‘학창 시절’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모의 ‘학부모 시절’이 시작되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이는 이제 ‘학창 시절’이라는 길고 긴 여정을 출발한 셈입니다. 이럴 때 부모는 아이의 안내자가 돼줘야 하는 건 당연하죠. 특히, 부모가 아이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 보다 부모님의 단단한 자신감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죠. 그러니 시작부터 너무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 곁에는 부모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생님과 경찰관이 함께 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는 부모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해낼 겁니다.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새 학기, 부모를 위한 추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