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스티브 잡스 학교의 실패가 주는 교훈
기사입력 2019.12.10 09:00
  • 에듀테크 사례를 공유할 때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칫하면 예쁜 트렌드, 하지만 곧 사라지는 트렌드만 소개하고 말 수도 있죠. 단순히 독특해 보이는 사례를 전달하는 데 그치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별 가치 없는 내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 사례도 솔직하게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네덜란드의 에듀테크 실패 사례를 살펴보려 합니다. 이 시도의 이름은 '스티브 잡스 학교'입니다.

    스티브 잡스 학교는 한창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아이패드와 이를 통한 개인화 교육이 스티브 잡스 교육의 핵심이었지요. 정해진 수업 시간도 없었습니다. 학생들은 아이패드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자유롭게 하고 갈 수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학교를 창립한 모리스 드 헌드(Maurice De Hond)는 컨설팅 위주로 주로 경영에 관한 경력을 쌓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영아 혁명'(toddler revolution)이란 개념을 주장했습니다. 미래 세대는 더 많은 태블릿 컴퓨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디지털 스킬을 제대로 키워주면 더 미래를 잘 준비하게 해줄 수 있다는 가설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학교는 2013년에 창립해, 한창때는 46개 학교까지 이 시스템 도입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현재, 스티브 잡스 학교는 사라졌습니다.. 왜 스티브 잡스 학교는 실패한 걸까요?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학생당 연 2만 유로(2천 6백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들 때도 있었다고 하니 그 문제가 심각했지요.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학교는 선진국 네덜란드에도 많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싼 교육의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시험 성적이 올랐다던가, 아니면 그 외에 측정할 수 있게 나아진 수치가 없었습니다. 드 헌드는 '진심으로 이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항의하기도 하고, 남아공에 학교를 세우는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시스템의 실패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학교의 실패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첫 번째는 혁신을 위한 실험은 반드시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네덜란드는 이미 몬테소리 교육 등 교육에 성공 사례도 많이 나왔던 나라입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학교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교육에서 실패는 학생에게 무거운 의미를 지니기에,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 배운 점은 실패도 나쁜 실패와 좋은 실패가 있다는 겁니다. 스티브 잡스 학교의 실패는 나쁜 실패였습니다. 배운 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패는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무엇이 실패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애초에 스티브 잡스 교육이 무엇을 좋아지게 하려는지가 불분명했기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교육이 발전하려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실패를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면 애초에 실험 자체가 잘 디자인되어 있어야 합니다.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그 실패를 학생이 감내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겠지요. 혁신 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거리를 알려주는 사례, 스티브 잡스 학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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