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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아이의 취미가 언제나 걱정입니다. 공부에 도움이 되거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취미면 그래도 낫습니다. 다만 게임이나 아이돌 팬이 되는 등 얼핏 생각하기에 큰 도움이 안 될 것만 같은 취미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당연하지요. 이 에너지를 공부에 이용할 수는 없을까요?
최근에 기회가 닿아 남자 아이돌 콘서트를 가보게 되었습니다. 다수가 10대 여학생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아이돌 팬덤을 직접 보며 이런 에너지가 의외로 기술, 특히 인터넷과 만나면 교육적 효과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이돌 덕질을 교육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아이돌 덕질은 사회성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아이돌 팬덤은 그 자체로 하나의 클럽이자 공동체입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주변에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를 통해, 또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줍니다. 이 '커뮤니티'의 기능이 해외에 케이팝 팬들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요즘 학생들은 점점 개인주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요. 대다수 공동체가 무너진 상황에 아직까지 건재한 몇 안 되는 남은 공동체가 바로 아이돌 팬덤입니다. 아이돌 팬덤을 통해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 셈입니다.
아이돌 덕질은 사업도 가르칩니다. 요즘 워낙 세상이 빠르게 바뀌니, 단순한 직업 교육을 넘어서 모두가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 교육'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많은데요. 아이돌 덕질은 사업가가 되기 위한 기술도 가르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요즘 아이돌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닙니다. 직접 이들은 마치 회사 직원처럼 참여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홍보합니다.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아이돌과 특정 상품을 함께 검색해 검색어에 들게 하기도 하며, TV 촬영을 하는 날이면 주변 스태프들에게 도시락 등 간단한 선물을 주며 관계를 만듭니다. 실제 사업가들이 자신의 사업을 위해 하는 관계 맺기, 마케팅 전략 실행 등을 아이돌 팬덤은 이미 10대부터 경험하는 겁니다.
자신이 직접 주체적인 사업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굿즈 판매를 통해서입니다. 콘서트 날이면 콘서트장 근처는 장터가 됩니다. 다양한 팬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굿즈를 판매하려 모이기 때문입니다. 실리콘 밸리의 최고 엘리트 학교나 한다는 '사업 경험'을 아이돌 팬 중 상당수가 이미 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팬덤이 사업가의 큐레이터 역할 또한 하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돌 덕질은 자녀의 삶에 의욕을 줍니다. 요즘 아이돌들은 주요 소비자인 10대를 위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쏟아냅니다. 아이돌 팬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평판을 올리기 위해 모금 운동을 벌여 좋은 곳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선행을 합니다.
심지어 아이돌 덕질을 공부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아이돌들은 자신의 팬덤에 공부를 권유합니다. 아예 공부를 위해 덕질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조선왕조실톡'이라는, 역사 소재 웹툰으로 유명해진 작가 '무적핑크'님은 학창 시절 조선 시대 왕을 덕질하는 '팬클럽'을 만들었고, 덕분에 성적이 크게 올랐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에너지를 공부로 돌릴 수도 있는 셈이죠.
패배주의와 무기력함이 온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요즘, 어쩌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에너지가 있다는 건 축복일지 모릅니다. 그런 에너지를 자녀가 가지고 있다면, 이를 무작정 다그치기보다는, 팬덤의 문화와 인터넷을 결합을 통해 아이가 배울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쌓아보는 거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돌 팬덤 문화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고민해 봄 직한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아이돌 '덕질'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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