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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점점 바빠집니다. 아니, 바빠야만 한다는 게 어쩌면 더 정확할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마을에서 놀면서 아이를 키웠습니다. 이제는 아이 교육은 물론, 퇴근 시간까지 양육을 학원 등에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부모에게는 점점 두려운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최근 50년간 아이의 자유시간이 꾸준히 줄었습니다. 그 시간을 채우는 건 수많은 외부 활동들입니다. 심지어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이동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차로 태워줘야 합니다. 오히려 더욱 관리가 어려운 셈입니다.
최근에 미국 언론 '더 애틀랜틱'에서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학부모들이 학생을 관리하기 위해 구글 캘린더, 슬랙, 트렐로, 아사나 등 '업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이들 도구를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일정 관리를 위해 사용합니다. 워낙 아이들이 공부는 물론 운동, 예술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숙제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스케줄이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한 눈에 알아보고 확인할 툴이 필요한 셈입니다. ‘구글 캘린더’ 등 스마트폰 일정 관리 앱이 유용하겠지요.
두 번째로 할 일 관리를 위해 사용합니다. 학교 숙제부터 집안일까지, 아이가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업무 툴은 이들을 간편하게 스마트폰, 컴퓨터 등으로 리스트화해서 공유하고 확인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원래는 회사에서 동료끼리 업무 확인을 위한 도구이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 숙제나 집안일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트렐로’ 등 프로젝트 관리 도구가 이에 적합합니다.
마지막으로 소통을 위해 사용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스마트폰 메신저로도 충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적인 대화와 학교 숙제 등 '일을 위한 대화'를 따로 분리하기만 해도 나중에 숙제 확인 등 대책을 세울 때 도움이 됩니다. 언젠가 사라지는 일반적인 스마트폰 메신저와는 달리 언제든지 저장하고 나중에 확인해볼 수 있고, 위키문서 등의 방식으로 자주 나오는 내용을 정리할 수도 있는 등 얼마든지 효율을 올릴 수 있지요. 슬랙, 아사나 등 사내 소통 툴이 이런 용도로 쓸 수 있는 툴입니다.
왜 부모는 업무 툴까지 쓰면서 아이를 관리하기 시작한 걸까요? 우선 맞벌이가 많아졌습니다. 집안일을 책임지고 관리하던 사람이 있던 시절보다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면서 과거보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은 점점 늘어납니다. 부모는 과거보다 자녀 관리에 효율을 강조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가정이 회사 같아졌다고 메말라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 업무 툴을 미국 부모가 쓰는 방식을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겠지요. 하지만 어쩌면, 아이에게 단순히 공부를 가르쳐주는 걸 넘어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삶을 사는 방법을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협업을 돕는 업무 툴 활용에 관심을 가져 봄 직한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아이를 직원처럼 관리하기 시작한 미국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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