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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시대입니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돌아갑니다. 쓰고, 편집하고, 공개하고, 읽는 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책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사람이 집중하는 시간도 점차 짧아지고 있지요.
세상이 얼마나 빨라지고 있는지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 12일, 임지현이라는 분이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본인 인스타그램에 특수한 이모티콘을 만드는 법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화제 자체도 SNS에 최적화된 이야기지만 더 흥미로운 건 속도입니다. '임지현'이라는 이름은 순식간에 화제가 되어 네이버 검색어 1위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불과 며칠이 지난 지금, 이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3일 전 이야기가 마치 한참 전 이야기로 느껴질 정도로 인터넷 화제는 빠르게 바뀝니다.
이런 시기에 대체 긴 호흡으로 깊게 하나의 주제를 탐구하는 도서가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초 단위로 집중력이 흐려지는 사회. 클릭 하나, 핸드폰 버튼 하나면 세계의 재미있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 지상파 TV조차 흐름이 느리다고 젊은이들이 보지 않는 요즘 독서가 인기가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이 시대에 인스타그램이 재미있는 시도를 했습니다. 뉴욕 공공도서관과 함께 '인스타 노벨' 프로젝트를 시작한 겁니다.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텍스트는 15초 정도 간격으로 자동으로 넘어갑니다. 마치 '동영상 콘텐츠'처럼 재미있게 소설을 보게 하겠다는 시도지요. -
인스타 노벨이 발표한 첫 콘텐츠는 인기가 많고, 이미지화가 잘 되는 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습니다. 화려한 이미지, 움직임을 가미한 텍스트, 텍스트 배경의 밝으면서도 눈을 피곤하게 하지 않는 색감 등 여러모로 신경을 쓴 티가 납니다. 인스타그램은 카프카의 '변신' 등 다른 고전도 곧 발표할 예정입니다.
인스타 노벨은 영상 스트리밍 영역에서 유튜브를 따라잡으려 하는 인스타그램의 노력 중 하나입니다. 유튜브와 차별화된 영상 콘텐츠를 찾던 차에, 읽고 싶어 하지만 부담스러워서 안 읽게 되는 고전에 눈을 돌린 거지요. '가벼운 시간 낭비 거리다'라는 인스타그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재고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인스타 노벨은 독서를 다시 성공시키기에는 부족합니다. 모바일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가 보기에는 너무 지루할지 모르지요. 또 원래 책을 즐겨 읽던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모바일 콘텐츠에 가까운 인스타 노벨이 책을 읽는 건지, 동영상을 보는 건지 헷갈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독서는 바뀌어야 합니다. 독서는 모바일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를 갖고 있습니다. 몇백 페이지를 꾸준하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게 되지요. 인터넷 기사, 유튜브 영상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독서는 더 재미있어져야 합니다. 고전을 모바일 콘텐츠로 탈바꿈시키려 하는 인스타 노벨의 시도에 관심을 기울여봐야 할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독서가 SNS 동영상 시청처럼 바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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