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변인 중 대학생이 있습니다. 대학교를 수학과에서 공학으로 바꿨습니다. 바꾸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계를 만져본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공부는 노력하면 됩니다. 하지만 기계를 만지는 경험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기간에 늘지도 않지요. 오히려 과목 공부보다 '기계를 만저보는 경험'이 훨씬 갖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세계 교육의 화두 중 하나가 '메이커' 교육입니다. 메이커 교육은 STEAM 교육의 붐과 함께 화제가 되었는데요. STEAM이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그리고 수학(Mathematics) 다섯 가지 분야의 약자로 미래 교육에 핵심인 다섯 가지 분야를 의미합니다.

STEAM 교육에서 핵심으로 보는 일 중 하나가 바로 학생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주는 메이커 교육입니다. 기계를 만지고, 부수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보는 교육이지요. 안타깝게도 과거에는 이런 교육은 '공고생이나 하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알게 모르게 천대받았던 면도 있습니다. 윤리적으로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한 생각입니다. 직접 기계를 만들어보는 '메이커 교육'이 사회에서 주목받는 교육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메이커 교육에 가장 큰 어려움은 돈입니다. 인문학은 책과 인터넷으로 무한대에 가까운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또한 컴퓨터가 있다면 마찬가지입니다. 메이커 교육은 그렇지 않습니다. 직접 만지고, 경험해볼 만한 기계는 가격이 상당합니다. 실제 기계는 물론, 메이커 교육을 위한 레고 등의 교구 가격도 무시 못 할 수준이지요.

중국 시안에 위치한 '서북공업대학교'에서 항공 디자인 석사학위를 취득한 제이슨 왕. 그는 1년 정도 회사에서 일한 후 메이크블록을 창업합니다. 사람들이 직접 물건을 만드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그 자신 또한 로봇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제이슨 왕은 지금까지도 회사의 제품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2013년에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사용해 제품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중국 회사 중 최초였습니다. 전 세계적인 홍보 효과도 얻었습니다. 14년부터는 성인용뿐만 아니라 교육 시장으로도 발을 넓였습니다. 학교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한편, 6세 이하 아동을 위한 개인용 교육 교구도 팔았습니다. 메이크블록은 쉽게 코딩과 로봇공학을 가르칠 수 있는 교구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메이크블록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입니다. 로봇 키트의 경우 경쟁사가 30~40만 원대 제품을 만들 때 10만 원대로 비슷한 성능의 메이커 교구를 만들었지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 제조의 중심지이자, 숙련공의 인건비가 매우 저렴한 중국 선전에서 시작한 기업이기에 가능했습니다.

2017년에 메이크블록은 메이크블록 뉴런(Makeblock Neuron)이라는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간단한 블록 개념을 활용해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교구인데요. 이 교구는 한국의 K-Design 어워드, 독일의 레드 닷 등 유수의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중국의 메이커 교육 교구가 단순히 저렴하기만 한 게 아닌 디자인적 완성도까지 갖췄음을 증명한 셈입니다.

메이크블록은 현재 소프트뱅크와 협업해 일본 시장에 도전합니다. 중국에서는 10대를 위한 로봇 경진대회인 '메이크 엑스'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기존 경진대회와는 달리 팀 내 협업은 물론, 팀 외부 협업까지 권장하는 대회라고 합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적은 무역전쟁의 여파로 주춤하지만, 홍콩, 중국은 물론 프랑스에서도 6천 개가 넘는 학교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메이크블록은 점차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기업은 당대 트렌드를 보여줍니다. 메이크블록이 디자인상을 석권하고, 세계 시장 진출에도 이례적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모두가 저렴하고 쉬운 메이커 교육 교구에 목말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메이크블록이 보여주는 메이커 교육에 관심을 가져봄 직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