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디지털 교과서 진화의 특이점이 시작되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5.08 15:00
  • 학교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써야 할까요? 이미 몇 년 간 계속된 논란입니다. 찬성 쪽은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디지털 교과서가 필수라고 말합니다. 반대쪽은 디지털 교과서는 소용없는 돈 낭비라고 말하죠.

    어쩌면 근본적인 문제는 '디지털 교과서' 자체에 있는지 모릅니다. 현재 디지털 교과서는 텍스트를 전자책으로 옮겨놓은 수준에 불과하니까요. 추가로 기껏해야 조악한 수준의 영상이나 사진이 추가된 정도입니다. 모두가 디지털 교과서의 효용성에 공감하지 못하기에 이런 논란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디지털 교과서가 점차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를 주도하는 회사는 세계 최대의 교과서 출판 회사이자 교육 기업인 피어슨입니다.

  • 글렌 허버드 학장과 앤소니 오브라이언 교수의 경제학 교과서 표지
    ▲ 글렌 허버드 학장과 앤소니 오브라이언 교수의 경제학 교과서 표지

    2017년에 피어슨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학장인 글렌 허버드 교수의 경제학 개론 교과서를 디지털화했습니다. 이 교과서는 일반 디지털 교과서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어떤 면이 새로웠을까요?

    우선 형식이 새로웠습니다. 단순히 교과서를 디지털로 옮긴 게 아닙니다. 텍스트는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대신 퀴즈, 최신 영상, 데이터 등으로 채웠지요. 아예 디지털이라는 새 형식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고, 글과 그림보다 더 적합한 형식이 있으면 이를 이용해서 새롭게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교사에 자율권도 보장했습니다. 교사가 자유롭게 교과서에 자신의 예시나 내용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순서도 바꿀 수 있게 했죠. 자신의 노하우와 자신의 예시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넣었습니다. 교사들은 서로의 수업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며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디지털 매체의 '연결'의 힘을 활용한 겁니다.

    교과서 판매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기존 교과서처럼 단 권을 파는 게 아닙니다. 대신 학기 정액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원래 250달러였던 책을 1학기 당 90달러로 판매했지요. 학생은 더 저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출판사도 이득입니다. 인쇄비용 등 초기비용이 없을 뿐 아니라 중고시장이나 불법 복제 시장, 같은 수업을 다른 시간에 듣는 학생까지 모두 막고 '모든 학생'에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윈윈 경제시장을 만든 셈이죠.

    피어슨은 또한 인공지능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교과서에 기능으로 넣은 겁니다. 왓슨은 교과서에 어려운 개념을 학생이 질문하면 이를 대답합니다. 학생이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역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가정교사'를 탑재한 셈입니다.

    인공지능 IBM이 대답해주면 학생들이 교과서를 공부하는 대신 왓슨에게 모든 걸 물어보지 않을까요? 물론 왓슨만으로 공부하면 실제로 개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공부해야 합니다. 어떻게 학생이 인공지능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요"? 피어슨은 이 문제 또한 데이터로 해결했습니다. 디지털 교과서에서 학생이 하는 모든 행동은 기록됩니다. 학생이 실제로 교과서를 읽었는지. 영상을 봤는지. 아니면 IBM 왓슨에게 기대 쉬운 질문만 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교과서는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책은 직접 잉크로 찍어내기 때문에 빠르게 바뀔 수가 없습니다. 디지털 매체라면 당장 바꿀 수 있죠. 빠르게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는 이런 가능성은 엄청난 장점이 됩니다.

    여지까지 디지털 교과서가 일부에게 '돈 낭비'로 여겨진 이유는 실제로 디지털 매체에 특징을 활용하지 못해서였습니다. 책을 스캔해서 오디오, 비디오 파일 몇 개 넣은 정도의 차이에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니 설득이 쉽지 않았지요. 정말 디지털 매체의 특징을 살린 디지털 교과서가 나오면 어떨까요? 이 교과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까지 더 나은 교육을 하게 돕습니다. 심지어 모두에게 더 저렴하기까지 합니다.

    이 새로운 디지털 교과서. 아니 '디지털 교육 소프트웨어'로 학생을 가르치게 되면 교육 자체가 바뀔 겁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의 기준 또한 바뀌겠죠. 그 새로운 디지털 매체에 적응하는 능력이 어쩌면 미래 사회의 필수 경쟁력일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교과서의 변신에 관심을 기울여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