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박물관이 살아있다? 박물관 AR의 가능성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5.02 13:54
  •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2006년에 개봉했는데요. 박물관이 밤만 되면 살아 움직인다는 상상을 끝까지 가본 가족 모험 영화였습니다. 아이들에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요? 박물관이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술 덕분입니다. 신기술은 박물관에 새 볼거리,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뿐 아니라 새로운 질문까지 던지고 있습니다.

    1990년,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이들은 무려 5억 달러 상당의 예술품 13개를 훔쳐갔습니다. 아직도 이 작품은 행방불명입니다.

    최근에 최신 IT 기술을 활용해 박물관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큐지엄(Cuseum)에서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애플이 제공한 AR 키트를 활용해 올해 3월, 훔친 예술품을 AR로 복구한 겁니다. AR 콘텐츠를 ‘Hacking the Heist’라는 이름의 앱으로 만들었습니다. 큐지엄은 주말에 박물관에 들어가서 작품을 시연까지 했습니다.

    큐지엄은 박물관에게 미리 프로젝트를 공유했고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박물관은 불쾌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큐지엄은 앱을 공개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중단해야만 했지요.

    문제는 ‘권한’이라고 합니다. AR 기술을 자유롭게 풀어주기에는 미술관 본인의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술관 주도로 AR 기술을 사용하기에는 아직은 AR 기술은 젊은 기술입니다. 미술관 직원이 주도하기에는 쉽지 않지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도 최근에 박물관의 허락 없이 잭슨 폴록의 작품을 변주해 만든 AR 앱이 등장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박물관은 ‘외부 AR 제작 금지구역’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술관은 누군가의 소유입니다. 당연히 소유권자의 권한을 존중해야겠지요. 그렇다고 AR 기술을 아예 거부하기에는 아쉽습니다. AR 기술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Mv92DpcgfI
    싱가포르 국립 박물관의 전시 ‘숲의 이야기(Story of the Forrest)’

    예를 들어 볼까요. 싱가포르 국립 박물관의 전시 ‘숲의 이야기’(Story of the Forest)라는 전시를 봅시다. 69개의 거대한 그림 속에서 마치 ‘포켓몬 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을 하듯 그림 속의 동물과 식물을 잡을 수 있는 전시입니다. 잡은 동물과 식물은 사진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모을 때마다 동식물에 대한 생물학적, 교육적인 정보가 함께 저장됩니다. 진정한 ‘에듀테인먼트 전시’인 셈입니다.

    대림미술관은 ‘사진 촬영 금지’라는 미술관의 규칙을 깼습니다. 과감하게 ‘사진 찍기 좋은’ 미술관이 되어, 젊은 층이 열광하는 미술관을 만들었지요. 박물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싱가포르 국립 박물관이 보여주듯, 과감한 협업을 통해 외부 기술을 적용하면 전혀 새로운 교육이 가능합니다. 어쩌면 AR 기술에 박물관에 미래가 있을지 모릅니다. 박물관의 AR 기술에 관심을 가져봄 직한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