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한국판 ‘스쿨 오브 록’을 시도했던 유자살롱, 그 시사점은?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2.27 09:40
  • 10대 임신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심리학 교수 티모시 윌슨에 따르면 엉뚱하게도 자원봉사다. 돈을 주면서 바람직한 행동을 장려하거나, 윽박지르거나, 어르고 달래거나, 성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일은 큰 효과가 없었다. 자원봉사를 하자 10대 임신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함께 좋은 일을 하면서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유대감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이에게 ‘공동체’를 주겠다는 사회적 기업이 있었다. 한국판 스쿨 오브 록이라 할 수 있는 ‘유자살롱’이다. 유자살롱은 대안 교육을 모색하는 하자센터에서 등장한 서비스였다. 과거형인 이유는 현재는 없는 서비스기 때문이다.

    유자살롱은 학교에서 소외된 ‘무중력’ 아이들에 주목했다. 이들에게 악기를 준다. 음악을 가르친다. 밴드를 만들어 합동 공연을 한다.

    유자살롱 서비스는 실제로 많은 학생을 변화시켰다고 과거 구성원은 말한다. 밴드 음악은 철저하게 협업이다. 실력이 부족해도 서로가 다른 악기를 갖고 다른 역할을 맡았기에 경쟁하지 않고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 소속감을 얻은 학생은 자연히 스스로 설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유자살롱을 떠나 자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자살롱의 발목을 잡은 건 역시 비용 구조 문제였다. 극단적인 상황에 있는 아이이다 보니 선생님이 많이 필요했다. 모두 인건비다. 한 학생 한 학생마다 일일이 음악가가 가르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었다. 장소 등은 공공기관에 지원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운영하다 보니 구성원은 지쳐갔다.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가기는 어렵다. 그렇게 유자살롱은 사라졌다.

    유자살롱의 실험은 우선 그 자체로는 실패로 끝난 거로 보인다. 하지만 유자살롱의 사례가 한국에 시사하는 점 또한 많다. 우선 한국 교육 담론이 무시하는 ‘하위권 학생’ 혹은 ‘무중력 학생’에 집중했다. 상위권 엘리트 학생 선발에 집중하는 현재 교육 담론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해법 또한 인상적이다. ‘관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정작 문제는 ‘공동체’의 결핍에 있는 경우가 많다. 티모시 윌슨 교수의 사례에서 보듯, 아이에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를 주면 자연히 자립할 힘이 생긴다.

    근본적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철저한 비용구조 개선, 재무적인 디자인이 선행되어야 할 테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은 IT 기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IT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는 취약하다. 여기서 유자살롱의 사례가 나온다. 어쩌면 유자살롱 이야말로 새로운 교육을 외치는 에듀테크 업계가 살펴봐야 하는 케이스일지 모른다. 모두가 무시하는 문제를 모두가 무시하는 해결 방안으로 풀어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인 ‘유자살롱’의 사례를 살펴봄 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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