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알려주는 혁신의 비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1.09 09:58
  • 지난 칼럼에서 대학의 혁신에 대해 다루었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에듀테크라고 하면 흔하게 떠오르는 게 바로 무크(MOOC)다. 무크가 아니라도 무크와 비슷한 형식의 무료 영상 강연이 가장 일반적인 대응책이다.

    근데 꼭 이래야만 할까? 그 외에는 대학 교육을 바꿀 방법이 없을까? 꼭 다들 비슷한 방법으로 디지털 시대 교육을 준비해야 할까?

    그렇게 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세계 최고의 MBA 과정을 제공하는 거로 알려져 있다. 가장 실용적이면서 대량의 연구 성과를 자랑하기도 한 곳이다.

    특히 하버드 경영 대학원은 케이스 스터디(Cast Study)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있었던 케이스를 공유한다. 그리고 이를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면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는다. 케이스 스터디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고, 실전에 대비하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들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케이스 스터디를 온라인화할 것인가? 케이스 스터디는 우선 강연보다 토론이 더 중요하다. 그 토론 멤버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 ‘관계’는 단순히 강연을 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으로 올린다고 재현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고민 끝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케이스 스터디를 재현하기보다 케이스 스터디의 효과를 온라인 환경에 맞게 재구성하는 선택을 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만의 케이스 스터디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을 아예 새롭게 재조립하려 한 셈이다. 이를 하버드는 HBX라고 이름지었다.

  •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 HBX CORe의 로고.
    ▲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 HBX CORe의 로고.

    HBX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학생을 모집한다. 1500 달러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그만큼 수업 의지가 있는 학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떄문이다. 이를 통해 최소한 필터를 거침으로써 수업을 끝까지 들을 의지가 있는 학생을 선발했다.

    수업은 철저하게 토론식으로 진행했다. 주제별로 잘게 나누어 강연 콘텐츠를 올린다. 그리고 각 페이지에 맞는 토론을 하도록 한다. 토론에 참여하고 질문에 대답하면 점수를 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교수가 기습적으로 질문하는 ‘콜드콜(Cold Call)’의 대체제도 만들어냈다. 기습 질문은 학생을 긴장하게 만든다. 부끄러움은 피하고 싶기에 학생들은 철저하게 공부하게 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수업 중 무작위의 학생에게 팝업으로 질문 창을 보냈다. 학생은 제한 시간 내에 대답해야 한다. 그 결과는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모두 볼 수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HBX를 통해 ‘학생 간 관계’를 재현하려 노력했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애초에 온라인상에서 전 세계의 다수의 학생에게서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학생은 숫자가 많더라도 서로가 관계를 맺으면 되기에 학생 간 관계를 재현할 수는 있으리라 판단했다.

    우선 유료 금액을 받음으로써 수업을 끝까지 들을 의지가 있는 학생만을 모았다. 이후 서로가 질문하고 답하게 했다. 강의뿐만 아니라 서로의 질답을 통해 배우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풍토를 재현했다. 마지막으로 교수의 기습 질문을 온라인상에서 재현해서 서로가 긴장감을 가지고 수업할 수 있게 했다.

    HBX의 수업은 일반적인 무크 수업과 전혀 다르다. 우선 무료가 아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수업임을 고려해도 상당히 비싼 수업을 듣는다. 고품질의 강연이 아니라 학생 사이의 토론과 교수의 질문에 학생이 하는 대답을 더 중시한 점도 일반적인 무크와는 전혀 다르다.

    이렇게 다르게 한 이유는 자신만의 장점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스 스터디’라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장점이 있었기에 이를 살리는 자신만의 온라인 수업을 만들 수 있었다. 만약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단순히 다른 사람들처럼 명성 높은 교수의 온라인 강연을 무료로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하버드 교수의 명성으로 인해 어느 정도 인기는 얻었겠지만 다른 세계 유수의 명문대와 경쟁하는 처지가 됐을 테다. 하버드 경영대학원만의 장점을 살리지도 못했을 거고 말이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모든 곳이 끝없이 경쟁한다. 위치적인 장벽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생도 얼마든지 세계 최고의 학교에서 현지 학생과 동일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승자 독식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HBX는 온라인 시대에서 교육 콘텐츠가 살아남을 방법을 보여준다. 자신을 잘 안다. 그리고 그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자신만의 제품을 만든다. 고객 입장에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경쟁할 필요 없이 자신의 제품에 가장 잘 맞는 고객을 만날 수 있다. 모든 콘텐츠가 빠르게 디지털화되어 무한 경쟁에 돌입하는 요즘, HBX의 독특한 온라인 수업에 주목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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