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교육 기업, 에듀테크 기업으로 전환 가능할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2.19 13:50
  • 지난 14일, 디즈니가 폭스 영화 및 TV 사업을 524억달러에 인수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디즈니는 자체 영상 플랫폼 런칭을 준비 중이다.

    영화판 최대 거부이자 거대 TV 채널 소유자인 디즈니가 영상 플랫폼을 만든다. 현재 자신의 사업을 깎아 먹는 일이다. 한국과는 달리 인구 밀도가 낮아 전반적인 영화관 품질이 낮은 미국은 넷플릭스 등 영상 플랫폼이 유의미하게 영화 산업을 잡아먹고 있다. 그럼에도 디즈니는 영상 플랫폼 사업을 만들기로 했다. 본인이 안 하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현재 사업을 없애버릴 테다. 그러느니 본인이 하는 게 맞다.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업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당장 사업에 타격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당장 잘 되는 거 같은 사업에 안주하길 바란다. 하지만 신규 기업이 기존 산업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늘면서 신규 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교육 사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교육 업체가 앞다투어 기술 기업, ‘에듀테크’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현상이다. 오늘은 에듀테크를 접목하려 하는 기성 기업을 살펴보려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IT 업계 인재를 데려오는 발상이다. 이미 인강 업체들은 상당수에 IT 업계인을 모으고 있다. 모바일 방송계에 ‘유재석’이라 불리는 대도서관은 인강 업체 이투스 출신이다. 시원스쿨 또한 에듀테크 기업임을 주장하며 삼성전자 출신 CSO를 영입했다. 교육업체가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인재를 영입하는 셈이다.

    단순 인재 영입을 넘어,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업과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인수다. 에스티 유니타스는 프린스턴 리뷰를 인수했다. 전 세계적인 교육 콘텐츠를 가지고 사업을 글로벌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좀 더 간접적인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라고다는 수학 에듀테크 기업 비트루브와 협업 중이다. 좀 더 거대하게 판을 짜는 경우도 있다. 한글과 컴퓨터는 스타트업과 공생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스타트업 대상 행사를 주최하는 등 더 큰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 셈이다.

    그 외에,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에듀테크 화두인 ‘코딩교육’으로 사업을 넓히는 경우도 있다. 시공교육은 코딩교육을 시작했다. 교원 연수 전문 업체이던 테크빌도 SW 교육을 시작했다. 올림피아드 교육 등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도 코딩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내년부터 필수가 되는 코딩 교육 시장에 미리 외연을 확장해 두려는 시도다.

    왜 기존 기업들이 에듀테크 기업으로 진화하려 할까? 에듀테크가 사업성이 좋은 곳이라서? 사실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아직 에듀테크로 좋은 사업성을 증명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한국의 경우 시원스쿨 등, 강사 위주의 인강 업체 정도다.

    에듀테크를 시도하려 하는 이유는 ‘결국 에듀테크가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 기성 기업이 뛰어들지 않으면 미래에 에듀테크 기업에 기존 파이를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미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뛰어드는 건 아닌가?

    현재 사업에 안주하면 후발주자에게 자리를 빼앗긴다. 가장 극적인 사례 중 하나가 음악이다. 90년대는 한국 음반 산업에 황금기였다. 100만 장을 예사로 팔아넘겼다. 냅스터를 위시로 한 음악 공유 서비스가 등장할 때도 한국 음반시장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조성모 등 마지막 음반 스타들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싱글 위주의 시장 개편, 공연 개척 등으로 음악 시장을 혁신했던 일본과 비교된다.

    그 결과는? 음반 시장의 몰락이었다. mp3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쳐 음원 수익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되었다. 누구도 음악만으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 이후 공연과 굿즈 위주로 시장을 가까스로 재편해 시장을 복구하기까지는 너무도 긴 시간이 걸렸다.

    교육 시장은 메가스터디의 혁신 이후 지금껏 정체되었다. 에듀테크가 미래가 될 거란 사실 또한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음에도 에듀테크에 뛰어들고 있는 기존 대형 교육 기업에 관심을 가져 봄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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