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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코딩 교육이 인기다. 미국과 영국의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모든 학생이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스웨덴에서는 교사 출신의 교육운동가 카린 뉘고츠가 제작한 어린이 코딩 교육 방송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코딩을 교육한다. 에스토니아는 한술 더 떠 모든 학생에게 코딩을 의무적으로 가르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이는 마찬가지다. 당장 내년부터 코딩 교육이 교과서에 들어간다. 코딩 교육을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도 늘어났다. 캠프 시장도 코딩 캠프를 앞다투어 적용하고 있다.
지난주, 우연히 코딩 캠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경험에 관해서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일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왜 기존 교육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코딩 교육의 내용을 들여왔지만 ‘맥락’을 들여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
우선 코딩 교육은 커뮤니티가 핵심이다. 이전에 필자는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레고의 후계자라고 말했다. 코딩 교육에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스크래치’야말로 또 하나의 레고의 후계자다. 마인크래프트가 ‘오락’으로써 게임을 이어받았다면, 스크래치는 교육 도구로서 레고를 이어받았다. 스크래치를 만든 미치 레스닉은 ‘레고 마인드스톰’을 이끌었던 시모어 페퍼트 밑에서 연구했다. 그는 변수, 조건 등의 기본 조건은 철저하게 프로그래밍적이지만, 전통적인 코딩은 없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스크래치가 ‘공유’하기 쉽다는 거다. 코딩 교육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언어인 ‘스크래치’는 강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공유할 수 있다. 서로의 소스 코드도 보여주고, 수정하는 ‘리믹스’ 기능이 강력하다. 이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
만약 한국의 코딩 교육이 스스로 커뮤니티에서 배우는 과정을 제거하고, 학부모와 강사가 탑 다운으로 시키는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 그친다면 코딩교육의 가장 중요한 경험인 ‘커뮤니티’를 제거하는 셈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 코딩에는 정답이 없다. 목적만 있을 뿐이다. 목적에[ 다가가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그렇기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정답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다. 물론 수학도 토론이 가능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하지만 시험을 빠르게 풀고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기에, 효율화된 최적화 경로만을 외우게 되기 쉽다. 코딩은 더욱 정답이 없는 게임이다. 덕분에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된다.
커뮤니티와 정답이 없는 문제.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코딩은 오히려 영어, 수학보다 더 어려운 과목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선 수학을 잘 해야 한다. 코딩의 기본이 수학이다. 영어도 잘 해야 한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다른 나라 학생들과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를 비판하려면 영어는 필수다. 심지어 영어, 수학과는 달리 코딩은 끊임없이 바뀐다. 정답이 없다는 말은 계속 ‘더 좋은 답안’이 나온다는 말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한다.
코딩교육. 창의력 교육. 이런 말을 들으면 행복한 학생이 떠오른다. 공부량이 줄어들 것만 같다. 지금까지의 코딩은 그 반대다. 영어, 수학 등의 기존 과목을 기본적으로 잘 해야 한다. 거기에 정답이 없기에 끊임없이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한번 암기하고 끝나는 게 아닌, 다른 나라의 동료와 끊임없이 질문하고, 비판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방식을 더 낫게 만들어야 한다. 더 행복한 교육이 아닌 더 집요하고 더 어려운 교육이다. 이런 교육이 꼭 행복하다던가 바람직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코딩 교육의 방향이 이쪽이라는 거다. 그래서 제조 기업보다 IT 기업이 더 엘리트 위주다.
코딩 교육의 내용을 따서 한국 사교육식 방법론으로 가르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교사가 학생이 받아먹기 좋게 수정하고 또 가공해서, 학생은 이를 받아들이고 암기하면 되는 종류의 교육 말이다. 이런 효율성 교육은 코딩에 맞지 않는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씨름하고, 전 세계의 다른 개발자와 토론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과정’이 코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코딩 기술 자체는 3개월이면 바뀐다. 코딩의 맥락, 코딩의 태도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코딩 교육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코딩 교육에 대해 연구할 때, 내용뿐만 아니라 맥락과 ‘형식’에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코딩 교육. 중요한 건 지식이 아닌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