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스크린 타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8.22 09:30
  • 학부모는 전자기계를 싫어한다. 정확하게는 ‘본인의 자녀가 전자기계를 사용하는 일’에 거부감이 있다. 전자책이 활성화된 미국조차 아동용 도서는 전자책이 거의 팔리지 않는다. 자녀에게는 종이책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때문이다.

    게임 산업과 미디어 산업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넘어갔다. TV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부모가 자녀의 미디어 사용 시간을 관리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손바닥 같은 화면 하나면 어디서든 미디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모를 위해 많은 단체가 ‘스크린 타임’을 권고한다. 자녀가 전자화면(스크린)에 노출되는 시간을 관리하라는 의미다. 미국의 소아청소년과 의사 협회가 대표적이다. 자녀의 연령에 따라 권장 매체 사용 시간을 정리해서 공유한다. 아이들의 감독관( Children’s Commissioner)라는 영국 단체는 아이들의 디지털 매체 활용을 정리한 캠페인(https://www.childrenscommissioner.gov.uk/2017/08/06/digital-5-a-day/)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오히려 디지털 미디어 활용을 장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4차산업혁명’ 혹은 ‘미래 교육’을 위해서다. 모든 일이 자동화, 기계화되고 있다. 기계들, 인공지능을 관리하는 컴퓨터 개발자야말로 미래 직업이다. 미래 직업을 장려하기 위해서 오히려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정보통신부 전 국장은 영국에서는 미래 직업인 컴퓨터 엔지니어와 컴퓨터 과학자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오히려 부모는 자녀가 컴퓨터를 더 많이 쓰도록 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느 편이 옳을까?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 교수인 소니아 리빙스톤에 따르면 둘 다 부족하다. 디지털 미디어 사용은 우선 단순히 많이 쓰고, 적게 쓰고 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쓰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메신저 활용, SNS 사용, 게임, 비디오 시청, 모두 판이하게 다르다. 각각의 활동도 어떤 목적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된다. 단순히 시간이 아닌 활동의 내실과 맥락이 중요하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공부도 그렇다. 명확한 목표의식과 전략이 없는 공부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수많은 공부법 멘토들이 전혀 공부를 시켜주지 않음에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상이 그 증거다. 운동도 그렇다. 명확한 목표의식, 전략, 영양 섭취 및 운동 계획이 있으면 운동이다. 그저 열심히 운동하는 일은 운동보다는 막노동에 가깝다.

    시간을 규제하는 일은 알기 쉽다. 명확하다. 하지만 현실은 명확하고 알기 쉬운 경우가 많지 않다. 맥락과 목표, 내실을 강조하는 일은 이해하기 어렵고 실행도 어렵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을 정하는 일보다 더 현실에 가깝다. 학부모 및 교육자들이 단순히 ‘시간을 규제하는’ 역할을 넘어 멘토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 교육이 학생뿐만 아니라 교육자들과 학부모에게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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