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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안으로 굽는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교육 관련된 IT 회사에 다니고 있다 보니 에듀테크에 관해 아무래도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아날로그 제품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주장에 신빙성 유무와는 상관없이 이 책 자체는 매우 흥미롭다. 이 책은 디지털에 맞서 승리한 아날로그 사례들을 보여준다. 미국 LP 시장, 보드게임부터 노동, 교육까지 다양하다. -
사실 이 책을 읽으며 큰 공감을 하지는 않았다. LP가 미국에서 인기라고? 누구도 LP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을 테다. 보드게임이 인기라고 해서 모바일 게임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과거 아날로그가 향수와 차별화의 욕구를 자극해서 하나의 작은 사업이 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반격은커녕 ‘반항’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 아닐까?
하지만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챕터 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저자의 말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교육에서만큼은 디지털이 주류가 되기 어려울 거라는 주장 말이다.
우선 에듀테크는 교육 효과를 증명한 적이 극히 드물다. 심지어 ‘해롭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경우조차 드물다.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마저 교과서는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21세기형 ‘소프트 스킬’은 어떤가? ‘문제 해결 능력’과 ‘디자인 씽킹’ 그리고 ‘공감 능력’ 처럼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능력들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능력도 아날로그 매체가 더 잘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씽킹’이라는 문제 해결 방식을 만든 스탠포드 학교에서는 종이와 펜만을 가지고 문제 해결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공감 능력도 마찬가지다. ‘트웬티 원 토이스’는 철저하게 아날로그적인 장난감으로 공감력을 키운다. 테크놀로지는 공감에 필요한 복잡한 요소를 단순화시키기 때문이란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 또한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사회성이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왜 모든 산업을 휩쓸다시피 한 디지털 도구가 유독 교육에서만큼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책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 대이비드 색스에 따르면 ‘교육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깊은 관계다. 메신저로 하는 관계가 오프라인 관계를 대신할 수 없듯 인강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교육 또한 정작 중요한 교육은 대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중요한 교육일수록 깊은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듀테크가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양분화 자체가 잘못되었다. 오프라인 기술을 가지고서도 새로운 니즈를 정확하게 잡아서 새롭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면 이도 훌륭한 에듀테크다. 오프라인 기술이라고 기술이 아니라고 볼 수 없기 떄문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은 기존 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쓸모를 반드시 만들 것이다. VR을 통해 우주정류장에서 하는 체험학습만큼은 기존 미디어가 제공할 수 없다.
에듀테크는 어쩌면 오프라인 교육을 대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치 카카오톡이 대면 대화를 대체하지 못하듯 말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에듀테크에 필요성을 외치는 필자와 같은 사람일수록, 더욱 이런 냉정함이 필요할 테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아날로그의 복수? 적어도 교육에서는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