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모든 학생들에게 컴퓨터적 사고를 가르쳐야 할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8.01 09:39
  • 여름방학이다. 캠프 시즌이다. 캠프 시장을 보면 요즘 교육 트렌드가 명확하게 보인다. 고액의 교육상품이다 보니 업계가 ‘가장’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는 교육 콘텐츠에 집중하기 때문일 테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여름 캠프는 ‘코딩 캠프’다. 단순 수학, 영어가 아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캠프들이 유행이다. 변화는 작년부터 감지되었다. 교육 박람회에서 프로그래밍 교육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어려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더라도 블록 프로그래밍 등으로 저학년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한 교육 시스템과 기구가 많아졌다.

    이런 인기는 미국 교육에서 시작된 유행이다. 2006년, 카네기 멜론 교수던 윙 교수는 ‘컴퓨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기술이 읽기. 쓰기, 암산하기 처럼 필수 기술이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었다.

    이 논문에서 그녀는 컴퓨터적 사고를 통해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는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가?’라고 사고하는 방식이 있다. 그녀는 이를 부페 배치에 비유했다. 대부분의 부페는 스푼과 포크를 가장 먼저 배치한다. 컴퓨터적 사고가 부족해서다. 스푼과 포크는 처음부터 갖고 있을 필요가 없을 뿐더러, 음식을 담는데 방해만 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일이 가장 잘 될수 있는 순서대로 일을 진행하는 능력을 코딩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녀의 주장은 크게 유행했다. 이는 코딩 교육 붐으로 이어졌다. 컴퓨팅 연구 협회(Computiing Research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불과 6년 남짓한 기간에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가 두 배로 늘었다. 비전공자의 코딩 교육은 더욱 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5년에서 2015년까지 10년간 컴퓨터 관련 수업을 듣는 비전공자의 비율은 140~251 퍼센트 성장했다.

    컴퓨터적 사고가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윙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프로그래밍 교육이 사람을 더 논리적으로, 혹은 창의적으로 만든다는 수치적 근거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래밍 교육이 널리 퍼지는 이유는 미국의 직업 시장 환경이 프로그래밍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굉장한 대접을 받는다. 인문계, 상경계 직업에서조차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대접받기 시작했다. 트레이더 팀을 대폭 줄이고 10명 이하의 소수 트레이더와 다수의 트레이딩 시스템 개발자를 뽑은 골드만 삭스가 대표적 사례다.

    코딩 교육의 성장에는 코딩이 쉬워진 영향도 있었다. 스크래치로 대표되는 블록 프로그래밍 언어는 ‘파이썬’ 등의 기존 프로그래밍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다수의 명령어를 암기할 필요성이 줄어든 덕분이다. 언어 자체도 덜 부담스러워 어린 학생에게도 코딩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부족한 한국이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엑셀을 프로그래밍에 기초로 취급한다면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은 한국에서도 필수 기술이 되었다. 코딩이 쉬워지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교육 정책 입안자들이 미국의 트렌드를 받아들여 교육과정에 코딩 교육을 포함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이를 위한 컴퓨터 과학’(Computer Sicnece for All’)이란 이름의 정책을 작년에 발표했다. 덕분에 32개 주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은 필수가 되었다. 한국 또한 내년부터 교육과정에 프로프래밍 교육이 필수 과목이 된다.

    프로그래밍 교육을 통해 컴퓨터적 사고를 가르치는 일이 정말 모든 학생에게 도움이 될까? 가장 정직한 대답은 ‘모른다’일 테다. 브라운 대학교의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 시리암 크리슈나머티는 컴퓨터적 사고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는 대신 데이터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미디어가 좌편향적인가?’라고 사고하는 대신 ‘주류 언론에서 진보세력을 진보라고 칭하는 경우가 보수가 보수세력이라고 불리는 경우보다 많은가?’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주관적인 감성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는 능력인 셈이다.

    얼핏 생각하면 누구나 가지면 좋은 능력처럼 보인다. 주관적인 이야기보다는 데이터를 통해 주장하고 논의하면 더 생산적이고, 덜 감정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능력이 과연 프로그래밍 교육을 통해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프로그래머는 모두 데이터 계산에 뛰어난가? 프로그래머는 감성적인 주장을 하지 않는가? 데이터와 논리가 필요하다면 수학과 통계 교육이 아닌 프로그래밍 교육을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공정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과목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필수 과목들 또한 필요한 과목이라고 모두가 믿기 때문에 그 의미가 생겼다. 그리고 현재, 미국 교육정책 입안자로 대표되는 글로벌 엘리트들은 모두 ‘프로그래밍 능력은 필수다’라는 합의에 이른 걸로 보인다. 그 결정은 캠프 시장에서 보듯, 한국 교육환경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교육, 컴퓨터적 사고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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