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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봉준호 감독이 JTBC 뉴스에 출현했다. 손석희 앵커는 봉준호 감독에게 영화관과 넷플릭스의 갈등에 관하여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멀티 플렉스 영화관들은 영화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관 독점 개봉 기간이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주도권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기존 영화관들의 모습이다. 칸 영화제에서는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않는 ‘옥자’는 영화가 아니라는 격양된 반응도 나왔다.
넷플릭스와 기존 영화관의 갈등. 이와 비슷한 갈등이 교육계에도 등장할지 모른다. 넷플릭스 대표 리드 해스팅스가 투자한 회사, 드림박스 러닝(Dream Box Learning) 덕분이다.
드림박스 러닝은 수학 교육 소프트웨어다. 비디오 게임처럼 게임을 통해 수학을 즐겁게 배운다. 비디오 게임처럼 목적을 주고, 이 목적을 달성하면 코인 등의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게임화보다 더 중요한 건 데이터 측정이다. 드림박스는 시간 당 5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측정한다. 학생의 클릭, 학생의 정답 및 오답, 학생이 당황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기간 등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학생의 진도를 결정하고, 학생 수준에 맞는 문제를 준다. 과거 교사의 역할이라 여겨지던 부분이다. -
드림박스 러닝은 원래 돈에 쪼들렸다. 에듀테크 회사의 고질병이다. 넷플릭스의 해스팅스 대표는 1천 1백만 달러를 사립학교에 투자해주었다. 드림박스 러닝을 구입하는 용도로 쓰라는 말과 함께. 사실상 드림박스 러닝에게 거액을 투자한 셈이다. 덕분에 드림박스 러닝은 성공적인 에듀테크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드림박스 러닝과 넷플릭스는 사업적 연결고리도 있다. 추천은 넷플릭스의 핵심 강점이다. 사용자의 80%가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발견’한 영상을 본다. 유저의 검색 결과, 시청 프로는 물론 채널 당 시청시간, 시청 시 사용한 기기(TV, PC, 모바일 등), 심지어 이슈까지 고려한 알고리즘이다. 이를 통해 유저는 본인이 존재하는 줄 몰랐지만, 본인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발견하게 된다.
드림박스 러닝 또한 추천 알고리즘으로 ‘현재 학생 수준에 맞는’ 문제를 소개해준다. 교사들의 전문성으로 불리는 부분을 알고리즘이 일부 대체하는 셈이다. 교사들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는 경우가 있다.
드림박스 러닝의 입장은 좀 다르다. 하버드 대학 교육 정책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드림박스 러닝 사용은 수학 점수 사용과 상관관계(correlation)가 있었다. 드림박스 러닝이 꼭 성적향상에 ‘이유’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적어도 드림박스 러닝이 교육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에듀테크 분야에서는 이 정도 성과도 흔하지 않다.
드림박스 러닝은 본인들의 목표가 교사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의사가 엑스레이를 활용해 환자를 살펴보듯, 교사를 도와줄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 주장한다. 다만 이런 종류의 변화조차도 교사 입장에서는 위기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의료기기가 발전하면서 의사의 명성보다는 병원의 명성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교사의 영향력이 점점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IT 회사의 교육 정복은 교사 대체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예 교육의 방향 자체를 뒤바꿔버리는 경우도 있다. 다음 시간에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어떻게 교육을 바꾸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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