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게이머 학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5.16 09:30
  • 애덤 그랜트라는 학생이 있었다. 자존심 강한 게이머였다. 누구보다 게임을 잘 해야 직성이 풀렸다. 닌텐도 게임을 좋아해 새로운 닌텐도 게임이 나오면 득도할 때까지 쉬지 않고 게임을 즐겼다. 게임 중독으로 화제가 되어 지역 신문이 ‘닌텐도 게임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Nintendo)이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많은 학부모의 악몽이다.

    학부모는 종종 자녀의 게임 플레이를 걱정한다. 거꾸로 말하자면 그만큼 게임이 대중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게임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최근 가장 많은 광고를 집행하는 곳은 모바일 게임사다. 돈이 되는 사업이기에 가능하다. 모바일 업계에서는 ‘돈 되는 앱은 게임과 소개팅이다’라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과도 대단하다. 넥슨, 엔씨 등 새로운 대기업이 등장한 곳은 게임업계뿐이다. 새로운 성공 사례도 꾸준히 등장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의 성공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다.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대표는 61억 달러를 가져 재산 순위 4위다. 지난 13일 자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최근에 주식을 공개한 넷마블은 기업가치 13조 원을 인정받아 LG전자보다 가치가 높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의 국내 상장사 주식 지분 평가액 순위는 최태원 SK 회장에 이어 전체 6위다. 성장이 멈춘 한국 사회라지만, 게임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학생이 게임을 하는 걸 좋아하는 학부모, 교육자는 드물다. 비합리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게임을 만드는 일이 가치 있지만, 그 게임을 즐기는 행위는 수동적인 행위다. 게임을 잘 즐긴다고 게임을 잘 만든다거나 코딩을 잘하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임 산업이 가치 있는 산업이라고 해도 게임을 장려해야 할지는 의문이 들 수 있는 셈이다.

    게임 기술 숙련도가 무슨 의미인지도 어려운 문제다. 학부모들은 게임 기술이 ‘쓸모없는 기술’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자녀가 게임을 하는 시간은 아깝게 느껴진다. 그 시간에 공부, 혹은 독서나 운동 등의 ‘쓸모 있어 보이는’ 행위를 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렇다면 게임이 교육적일 수는 없을까? 게임이 현재의 불명예를 벗어 던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우선 게임은 디지털 콘텐츠가 지향하는 미디어 형식이다. 미학자 진중권 교수에 말에 따르면 모든 디지털 미디어는 게임처럼 변하고 있다. 20세기에 모든 미디어는 영화와 닮게 변했다. 영화가 가장 20세기 매스 미디어에 적합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모든 미디어는 게임과 가깝게 변할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 디지털 콘텐츠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는 게임과 닮았다. VR 영상은 시선을 제약해야 하는 영화보다는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게임에 적합하다. VR 교육은 게임에 가깝게 변한다. 수학 학습지 노리, 디지털 강연 플랫폼 칸 아카데미, 심지어 수업 운영 플랫폼 클래스 123까지, 대부분의 에듀테크 솔루션이 게임과 같은 느낌을 준다. 목표가 정해져 있고, 보상이 정해져 있는 게임의 형식을 차용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게임은 디지털 세상에 가장 잘 맞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의 교육은 게임과 점차 닮아질 운명이다.

    아이들이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는 세상이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게임을 잘하는 학생은 대개 집중력이 뛰어나 공부에도 재능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애덤 그랜트로 돌아가 보자. 재미있는 반전이 있다. 애덤 그랜트는 자존심이 강하고, 몰입을 잘했다. 그 몰입력으로 성실히 논문을 써 와튼스쿨에서 최연소 경영학 교수가 되었다. 현재는 ‘오리지널스’, ‘기브 앤 테이크’ 등 훌륭한 책을 쓴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게임을 잘하게 해준 자존심과 집중력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셈이다.

    게임도 어찌 되었든 하나의 활동이다. 그 활동을 잘한다는 건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임에 빠진 학생들을 볼 때, 그들의 장점을 잘 살려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살리려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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