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교사의 자동화? 교사의 진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5.02 11:38

  • 영화 에일리언에서 외계인 못지않게 위험한 존재가 있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인조인간이다. 그는 사람을 교란해 동료의 죽음을 모의한다. 에일리언 샘플을 얻으려는 대형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인간과 로봇의 대결은 비단 영화에서만 나오는 구도는 아니다. 최근에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누르며 로봇이 인간을 이길 수 있다는 공포감을 키웠다. 교실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래도 규제가 많고 관리를 하는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이 빠르다. 인공지능 혹은 자동화된 교사와 사람 교사의 대결이다. 

    최근에 활발하게 운영 중인 수학 공부방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20여 명의 학생이 앉을 수 있는 개인용 책상이 벽 앞에 있었다. 중간에는 4인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큰 탁자를 배치했다. 학생들은 개인용 책상에서 개인 공부를 하고, 탁자에서는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배운다. 

    이 시스템에서는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숙제를 채점하면서 아이들의 수준을 파악한다. 수준에 맞춰 진도를 나간다. 숙제를 내준다. 시험 기간에는 시험도 준비한다. 선생님은 경험과 소통에 맞춰 아이들의 공부를 운영하는 셈이다. 학부모도 선생님과 상담하고,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통해 학생을 맡긴다. 

    선생님의 경험을 자동화하려는 시도가 있다. 수학 에듀테크 스타트업 노리는 최근 노리 스퀘어라는 공간을 열었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사칙연산을 가르친다. 아이가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연산 문제를 푼다. 디바이스 덕분에 아이의 성적은 기록되고 데이터화 된다. 앱은 아이가 어떤 문제가 필요한지를 데이터를 통해 판단하여 그에 맞는 수준의 문제를 준다. 선생님이 하던 수준 파악 및 문제 배분을 프로그램이 대신한다. 

    그렇다면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교사에게 인간 교사가 패배하는 날이 올까? 애초에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체스나 바둑처럼 대결해야 하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 선생님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서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면 그걸로 그만이다.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해서 학급 운영에 도움을 받거나, 발표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을 더 잘 운영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인공지능이 교실 운영에 도입되면 인간 교사가 할 일은 없어지는가?가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이다. 코칭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단순 업무 반복에 능하다. 아이의 숙제를 채점해서, 수준을 판단하고, 이에 맞는 과제를 내주는 일은 단순 업무일 수 있다. 기계가 더 잘하는 분야다. 하지만 아이를 독려하고, 격려해서, 공부할 의욕을 북돋아 주는 일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 노리 스퀘어에도 교사가 있다. 

    체스는 이미 몇십 년 전에 인간이 사람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딥 블루 급의 슈퍼컴퓨터는 평범한 체스 플레이어와 컴퓨터의 협업을 이기지 못했다. 인간이 기계보다 더 잘하는 일이 있다. 그래서 인간이 직접 기계와 자신의 의견을 교환하며 체스 경기에 임하면 슈퍼컴퓨터도 이길 수 있다. 

    최근 나온 SF 영화 아이언맨에서는 에일리언과 사뭇 다른 인공지능 자비스가 나온다. 자비스는 철저하게 사람에게 복종한다. 사람보다 기계가 더 잘하는 반복 업무를 대신하며 보좌할 뿐이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의 미래도 이렇지 않을까? 인공지능 시대에 교사는 사라진다기보다는 사람이 더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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