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모두가 고시생이던 사회에서 모두가 초심자인 사회로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1.31 16:37
  •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학부모에게 학교 소식을 전달해주는 모바일 알림장 앱 ‘아이엠스쿨’을 서비스하고 있다. 회사에서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 공적인 서비스를 사기업이 하는 것은 아니냐는 물음이다.

    아이엠스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네이버나 구글의 파급력은 공공재 급으로 보인다.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 라인, 혹은 왓츠앱 등의 앱도 정부가 공공재로 다루어야 할 것만 같은 서비스다. 공공 인프라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기업이 하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현대의 IT 제품은 공기업이 만들 수 없다. 모바일 환경이 되면서 더더욱 IT 개발은 끊임없는 개선과 보완이 필수가 되었다. 빠르게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제품을 출시한다. 그리고 사용자들에 의견을 빠르게 확인하고 이를 개발에 관여한다. 현재의 IT 제품은 대개 이러한 ‘애자일’ 방식으로 출시된다.

    정부의 입찰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미리 기능을 정해놓는다. 업체를 경쟁시킨다. 그중 한 업체가 완성품을 정부에 일정 기간에 맞춰 납품한다. 완성된 제품을 출시한다. 출시 이후에 사용자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제품을 개선하지도 않는다. 놀랍게도 앱은 보완하지 않으면 망가진다. 코드도 보수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입찰해서 만든 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다.

    재미없는 개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점차 ‘사회’가 모바일 개발 방식을 닮아가기 때문이다. IT 업계의 동향을 잘 전달하는 미디어 ‘와이어드’의 창업자이자 편집장이었던 케빈 캘리는 최근에 미래 사회의 장기적인 흐름을 공유한 책 ‘인에비터블’을 썼다. 미래 사회의 장기적인 경향을 12개의 동사로 설명한 책이다.

  • 이 책에서 미래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첫 번째 동사가 바로 ‘되어가다’ (Becoming)이다. 현재는 모든 것이 ‘되어가는’ 시대라는 거다. 과거에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오랜 기간 지위를 유지했다. 10여 년 열심히 공부하고, 고시를 통과하면 평생 할 공부를 다 했다. 이후에는 시험 준비를 위해 쌓았던 지식을 통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신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기존 기술은 빨리 퇴장한다. 혹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신기술과 다름없게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직업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필름 카메라가 사라졌다. 인터넷 뱅킹이 등장하면서 ATM과 은행원 자리가 줄어들었다. 업무를 돕는 프로그램들이 발달하면서 경영 지원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인공 지능이 날씨, 스포츠 등 단순 단신기사를 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광고 수입을 포털이 가져가면서 언론사도 위협받고 있다.

    케빈 켈리는 이 시대에는 모두가 초심자가 된다고 주장한다. 사회는 모바일 앱 개발처럼 끊임없이 변한다. 축적된 경험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 현재 상태가 꾸준히 바뀌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현재가 다가오는 사회.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사회. 뒤를 돌아봐야지만 진보를 느낄 수 있는 사회. 그래서 저자는 미래사회(그리고 현재 사회)가 디스토피아도, 유토피아도 아닌 프로토피아(protopia)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회에 적응해 나가려면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패러다임은 지식의 유통기한이 길 때 유용했다. 대학 입시와 고시를 통과해서 일자리, 자격증만 얻으면 평생 얻을 지식이 충분했던 시절에 맞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신기술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중이다. 신기술은 기존의 작업방식을 뒤바꾸고 있다. 나아가 직업을 없앤다. 새로운 직업이 등장한다.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는 피곤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직업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등, 정부가 독점하는 자격증이 있거나, 한번 획득하면 평생 일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직업, 혹은 둘 다인 직업이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현대사회, 프로토피아에서는 모든 직업이 모바일 앱처럼 끊임없이 바뀐다. 의사도, 공무원도, 변호사도, 모든 직업이 새로운 기술로 인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부족하다.

    에듀테크는 기존의 지식을 새로운 지식을 통해 잘 가르치는 방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모바일 앱을 통해 연산능력을 키운다거나, VR을 통해 역사 체험학습을 더 풍성하게 하는 등의 방식이다. 물론 훌륭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술이 만드는 미래 교육을 바꾸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산업혁명 이전에 미국인의 70%가 농업에 종사했다. 지금은 1%가 농업에 종사한다. 69%의 직업이 사라졌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이 등장했다. 이미 한번 겪은 일들이다.

    과거 한국 사회는 성공적으로 교육을 혁신했다. 산업화 시대에 맞춰, 모든 교육을 새롭게 바꾸었다. 일본과 미국 교육을 적절하게 혼합해 세계 최고 성과를 내는 교육 시스템을 개발했다. 산업화 시대에 유효한 방식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20대 초반 시험 통과를 위해 배우는 지식으로는 100세를 준비할 수 없다. 모든 학생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국영수도, 코딩도 아닌 ‘평생 끊임없이 배우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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