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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 저학력 노동자 백인들의 분노가 트럼프를 당선시켰다. 다른 쪽에서 영국 감독 켄 로치는 자신의 복지 염원을 담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만들었다. 좌파적 정치색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이 영화에서 감독은 훌륭한 목수 다니엘 블레이크가 냉정한 관료제와 기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영화로 그는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켄 로치. 정반대의 정치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같은 주제에 주목했다. 바로 IT가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현대인의 공포였다.
올해의 화두는 역시 인공지능이었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뜻을 담은 슬로건인 ‘4차 산업 혁명’을 올해의 주제로 정했다. 그 핵심에 인공지능이 있었다. 지난 9월, 뉴욕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그리고 IBM이 협업하여 인공지능 표준 윤리를 만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스탠퍼드 대학 위원회는 ‘100년의 AI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2030년의 AI와 일상’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백악관 또한 인공지능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세계 유수의 리더들이 인공지능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공지능의 성장 속도가 그만큼 무섭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세상이 IT화 되면서 수집 가능한 데이터가 많아졌다. 머신러닝으로 대표되는 정보처리 기술의 발달도 큰 몫을 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대신하고 있다.
150년 전 미국인의 50%가 농업에 종사했다. 지금은 2%다. 150년 전 미국에서는 농부를 만드는 교육이면 충분했다. 지금은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뭘까? 백악관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 필수다. 인공지능은 결국 컴퓨터 공학, 통계, 수학, 정보이론 등을 통해 인간이 창조하는 도구다. 데이터 관련 지식을 갖춘 인재만이 인공지능을 지배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공감 능력도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이성적인 사람이 대접받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냉정한 데이터 분석을 더 잘하는 사회에서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감성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의사의 예를 들어보자. 수술과 환자 상태 분석은 점점 기계가 중요해진다. 물론 의사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래에 뛰어난 의사는 지식이 뛰어난 의사보다는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환자와 상담해줄 수 있는 의사다. 기계가 환자 상태 분석을 할 수는 있지만, 위로와 상담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인공지능이 교육을 도울 수도 있다.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개인 학생마다 적합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우선 모든 학생의 성적 발달 과정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각각의 학생에게 최적의 과제, 피드백, 그리고 시험을 개개인에게 제공한다. 교육 과정의 효율화, 맞춤화가 가능해진다. 한국에서도 클래스팅 러닝카드가 인강을 통해, 노리가 수학 문제 풀이를 통해 인공지능 교육에 도전 중이다.
1800년대 영국에서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었다. 산업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숙련공이 아니어도 직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일자리를 위협받은 숙련공들은 기계를 부수며 항의했다. 하지만 역사는 냉정했다. 장인이 아닌 대다수 숙련 직물공의 시대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기술 발달에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미래를 살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교육은 미래에 필요한 교육이어야 한다. 각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앞다투어 인공지능과 교육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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