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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에 라이벌이 나타났다. ‘절예’라는 이름에 고수다. 그는 홀연히 등장해서 커제, 박정환 등 바둑의 달인들을 무너뜨렸다.
절예는 사람이 아니다. 중국 기업 텐센트에서 만든 바둑 인공지능이다. 현재 중국의 고수들을 차례로 꺾으며 알파고에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보다 뛰어난 바둑 인공지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알파고 쇼크 이후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똑똑해지고 있다는 공포감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행어도 이런 사람들의 공포를 부추긴다. IT 기술이 모든 걸 잡아먹는 시대다. 사람들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최근에 한 말이 있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스타트업 캠퍼스 입학식에서 그는 주입식 교육은 산업화 시대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대부분 정답은 스마트폰으로 찾을 수 있다. 스스로 세상의 문제를 정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대신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사회가 달라졌으니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정말 주입식 교육은 필요 없는 걸까? 뇌 과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버지니아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윌링햄은 자신의 책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책에서 ‘배경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론력과 문제해결력이 능력이 미래 사회에 핵심 능력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암기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대니얼 윌링햄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기 기억에 저장된 지식이 많아야 깊은 사고가 가능하다. 배경지식이 머릿속에 없는 상태에서 지식을 인터넷 서핑으로 찾는다고 생각에 재료가 되지는 않는다.
주입식 교육은 시대에 맞지 않은 교육이다. 하지만 이는 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지식을 철저하게 암기한 후에도 피나는 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구글이 딥러닝을 통해 새로운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이제 영어를 더 배울 필요가 없는 걸까? 어떤 부분을 번역해야 할지 결정하려면, 또 번역된 내용이 제대로 된 번역인지 확인하려면 역설적으로 영어 실력이 필요하다. 계산기가 있다고 계산 능력이 필요 없어지지 않았다. 도구를 잘 사용하려면 기본기와 통찰력이 모두 요구된다.
4차 산업 혁명 대비 교육이 유행이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암기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암기는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암기한 배경지식을 연결하고, 추론하고, 문제 해결하는 실질적인 능력으로 옮기는 추가적인 노력이 중요해졌다. 과거 교육과 동떨어진 전혀 다른 교육이 필요한 시대는 아니다. 다만 더 깊은 교육이 필요해졌을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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