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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혁명이 유행이다. 특히 교육계에서 큰 화제다. 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바꾸기에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4차 산업 혁명은 다보스 포럼에서 유행시킨 말이다. 다보스포럼은 세계 각국의 정상, 기업인, 경제학자들이 다보스에 모여 하는 회의다. 전 세계 지식인의 화두를 정하는 회의로 알려져 있다. 이 회의에서 ‘4차 산업 혁명’이란 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다보스 로펌 회장 클라우스 슈밥이 지난 18일 국제법률 심포지엄 참석 관계로 방한한 일을 계기로 한국까지 ‘4차 산업 혁명’이 더 유행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 있다면 우선 1,2,3차 산업혁명이 있어야 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 교수 로버트 고든은 지난 250년간의 경제 성장이 세 차례의 산업혁명 때문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철도 혁명이다. 두 번째 산업혁명은 전기, 화학, 정유, 통신 혁명이다. 마지막 산업혁명은 인터넷, 컴퓨터, 그리고 휴대전화의 혁신이다. 고든 교수는 3차 산업혁명의 효과는 2000년대 초반 끝났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뭘까? 석학마다 생각이 다르다. 교육 월간지 ‘월간 교육’에서는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장, 김진형 지능정보연구원장, 그리고 천세영 스마트교육학회장이 한 자리에 모여 4차 산업혁명과 교육에 관계에 관해 토론했다. 교육의 최고 전문가들이 나눈 대담이니만큼 당연히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따른 사회의 변화와, 이에 따라 바꿔야만 하는 교육의 변화에 필요성에 대해 날카롭게 짚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었다. 3명 모두 4차 산업 혁명이 어떤 현상인지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석학들마저 정의가 다르다면 대체 뭐가 맞는 해석인가?
심지어 4차 산업혁명을 부정하는 석학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부정했다. 인공지능은 무서운 성장이지만, 막상 세상을 크게 바꾸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기술은 발달했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신 그는 인공지능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기회를 누리게 될 것이라 말한다.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결국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을 다룰 수 있는 사람에게 인공지능은 좋은 도구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잘 다루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성태윤 교수는 수학, 통계, 그리고 영어를 핵심이라 말한다. 사실, 새 시대에 필요한 공부는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코딩? 결국 코딩 언어는 지속적으로 바뀐다. 중요한건 사고방식이다. 수학과 통계로 배울 수 있다. 또한 끝없이 새로운 개발 트렌드를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영어가 필요하다. 창의력을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과 인문학적 통찰을 쌓아야 한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도 필수다. 국어 능력이다. 결국, ‘국영수’가 해답이다.
과거에도 산업혁명은 있었다. 한때 주판은 필수 기술이었다. 주판을 잘 다루는 직원은 어느 기업에서나 대접받았다. 하지만 계산기와 엑셀이 등장하면서 필요는 줄었다. 기술의 쓸모가 달라진 셈이다. 이미 학부모들도 알고 있다. 필요한 기술이 바뀌고 있다. 영어와 수학, 그중에서도 수학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과로 모인다. 문과는 소프트웨어를 배우려 안간힘을 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피부로 와 닿는 교육 수요자는 이미 수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면 거대 담론 없이도 미래 교육을 대비할 수 있다. 그들의 욕구와 고민에 귀를 귀울여 볼 일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제4차 산업 혁명?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