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만 칸은 MIT와 하버드를 나온 헤지펀드 분석가였다. 우연히 그는 어린 사촌이 수학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수학 퍼즐을 푼 것은 집안 전체에서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촌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열등 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사촌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 강의를 유튜브에 올렸다. 사촌도 좋아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강의가 기존의 어떤 수업보다 훌륭하다고 느꼈다. 결국, 2009년 그는 보장된 직장을 버리고 비영리 무료 교육 사이트 ‘칸 아카데미’에 집중했다.
칸 아카데미는 기부를 통해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다. 칸 아카데미의 가능성을 보고 빌 게이츠 재단, 구글 등에서 기부했다. 살만 칸은 기부를 통해 얻은 돈을 교사와 기술에 투자했다. 교육학 전문가들을 고용했다. 기술에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뛰어난 교사진과 기술은 칸 아카데미를 뒤바꿔 놓았다. 칸 아카데미에서 가장 인상적인 과목은 수학이다. 학생들은 우선 강사의 강의를 듣는다. 한국의 ‘인강’과 별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후가 다르다. 학생들은 수준에 맞는 문제를 푼다. 한 주제당 70~100여 개의 유형의 문제를 풀어 자신의 현재 수준을 찾는다. 이후 자신에게 맞는 단계의 영상을 보거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칸 아카데미는 세계의 교육을 혁신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칸 아카데미는 우수한 강의 동영상, 교사를 위한 다양한 도구, 게이미피케이션을 위한 칭찬배뱃지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전 세계에 무료로 제공해서, 교육을 바꾸겠다는 것이 목표다.
사실 인터넷 동영상 교육은 한국에서 더 먼저 시작되었다. 손주은 회장이 홈쇼핑에서 힌트를 얻어 동료 강사와 함께 국내 최초의 인터넷 인강 업체 ‘메가스터디’를 설립한 것이 2000년이다. 메가스터디는 2004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살만 칸이 조카에게 수업을 시작한 것이 2004년이고, 회사를 그만둔 것은 2009년이니 한참 앞선 셈이다.
칸 아카데미와 메가 스터디는 무엇이 달랐을까? 우선 언어가 있을 것이다. 세계를 바꾸는 교육은 세계 공영어인 영어로만 가능하다. 실리콘 밸리의 문화 덕도 있다. IT 거인들의 투자가 아니었으면 칸 아카데미는 유지될 수 없었다. 비영리단체 대표인 살만 칸의 월급은 3억 원이 넘는다. 또한, 구글의 기술지원 덕에 데이터 분석을 통한 학생 수준에 맞는 수업 진행이 가능하다. 먼저 시작한 한국의 인강이 기술보다는 스타강사 유치 경쟁에 머물러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술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하지만 손주은이라는 개인이 돈을 원해서, 혹은 살만 칸이라는 개인이 돈에 관심이 없어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문화다.
‘사람은 그 부모보다 그 시대를 닮는다.’ 故 신영복 교수의 말이다. 한국은 누구보다 빨리 인터넷 강의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힘을 교육으로 세계를 바꾸는 칸 아카데미처럼 원대하게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기술 발전도 결국은 올바른 문화라는 토양을 만들어야만 가능한 셈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칸 아카데미와 메가스터디, 그 운명을 바꾼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