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유튜브만 보면서 공부하면 안 되나요?
기사입력 2019.10.22 09:38
  • 요즘 학생들에게 최고의 매체는 역시 유튜브일 겁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유튜브를 사용합니다. 한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이 문서 작성, 이메일 작성, PPT 작성은 어려워하지만,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발표하는 일에는 전혀 거리낌이 없다고 알려주시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부모나 교육자 입장에서는 아이가 유튜브만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그런데 꼭 유튜브가 나쁠까요? 어차피 영상은 앞으로 대세가 될 텐데 말입니다. 심지어 검색 기술이 발달하면서 영상 검색으로 정보를 찾게 되는 시대가 온다면 더더욱 유튜브를 좋아해도 나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유튜브로 짧은 설명 강의 영상을 보며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 아닐까요?

    너무도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아이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최근 해외 온라인 미디어 '쿼츠'에서는 성공하는 사람의 습관을 '5시간의 법칙'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대를 잘 적응하는 사람은 매일 1시간씩, 주 5시간 새로운 걸 배운다는 뜻입니다. 말이 쉽지, 대부분의 사람이 실행하지 못합니다. 일단 뭘 배워야 할지부터 깜깜합니다. 시키는 대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 공부를 많이 해도, 수동적으로 공부하게 될까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사교육, 소위 말하는 '잘 정리해서 떠먹여주는' 강의식 학습이 안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너무 편하게 자라 정리해서 정보를 전달해주니, 스스로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목표도 부모님이나 주변이 정해주니, 스스로 정할 필요도 없지요. 이런 학생에게 나중에 커서 '스스로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5시간씩 해라'라는 요구는 사실 어려운 말입니다.

    요즘 대세인 유튜브가 문제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유튜브를 만드는 일은 매우 적극적인 창작 행위입니다. 보는 행동은 그렇지 않습니다. TV와 마찬가지로 수동적으로 듣기만 합니다. 차라리 TV는 채널이나 선택했지, 유튜브는 끊임없이 알고리즘으로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줍니다. 이런 식으로만 공부하고, 쉬는 학생이 적극적인 학생이 된다는 건 사실 쉽지 않습니다.

    미디어의 대가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을 핫과 쿨로 나누었습니다. 핫 미디어는 일방적이고 단정적이고 수동적입니다. 쿨 할수록 쌍방향이고 유동적이고 적극적이지요. 오디오가 가장 대표적인 핫 미디어입니다. 사실 유튜브건, 강의식 사교육이건, 그 본질은 오디오지요. 오디오는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자기 주도 학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이 물론 있을 겁니다. 강의식 수업이 맞는 학생도 있고, 유튜브로 하는 공부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만큼 중요한 게 아이에게 적극적인 배움의 습관을 주는 겁니다. 변화가 빠른 요즘은 자격증이나 학벌로 평생을 지킬 수 없습니다. 평생 스스로 자신이 방향을 정해 공부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책 읽는 습관이 하버드 졸업장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읽기와 쓰기는 오디오보다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듭니다. 교육이든 엔터테인먼트든, 강의식 수업이나 유튜브처럼 수동적인 오디오만으로 공부하기보다 적극적인 매체도 함께 추천해봄 직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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