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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 테크 회사는 IT 회사면서, 또 교육 회사이기도 합니다. 에듀테크 회사에 다니다 보니, 교육계와 현장이 얼마나 괴리감이 큰지 새삼 느낍니다.
특히 수학이 그렇습니다. 학교 커리큘럼에서 수학이 줄고 있다고 합니다. 학과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수학이 줄자, 최근 한 언론이 이를 문제라고 반박하는 내용의 이야기가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에는 물리학과 교수님이 직접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기도 했지요.
일부 엘리트 연구자가 아닌 대다수 회사는 어떨까요? 회사에서 수학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말 아주 복잡한 수학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통계를 읽고, 그 의미를 수학적 도구를 통해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회사에서는 수학이 전혀 필요 없지 않느냐고 제게 한 선생님의 질문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 또한 틀린 말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수학을 차라리 쓸데없이 잘 하는 편이 못하는 상황 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IT가 지배하는 요즘, 회사의 모든 정보는 데이터화 됩니다.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는 회사에서 수학은 일종의 소통 언어입니다. 당연히 수학과 수식을 잘 해야 합니다.
에듀테크는 특히 ‘외국어’에 집중된 감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대형 에듀테크 업체는 외국어, 특히 영어 교육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에 비해 수학은 적습니다. ‘노리’ 정도만 떠오를 뿐입니다.
수학에서 가장 아쉬운 건 ‘어떻게 가르치냐’도 있지만, 그보다는 ‘무엇을’ 가르치냐가 아닐까 합니다. 미적분은 특히 기계공학을 위시로 한 특정 공대에서 필수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공학에 필수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통계를 충실하게 배우는 게 필요할 겁니다. 선행대수 등 AI에 직결되는 과목도 중요하고요.
미국의 수학자 아서 벤자민은 2009년 테드에서 ‘통계가 미적분보다 중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모든 사람이 확률과 통계를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모으고, 투자하고, 현실에 이를 적용하는 경제 활동에는 확률과 통계에 대한 지식이 필수입니다. 미적분은 이와 달리 특정 분야에만 필수적으로 필요하지요. 과거에 중요했던 함수보다는 이산수학이 더 필요해진 겁니다.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수학 과정을 밟게 하는 건 현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수학은 필요 없으니 치워버리라는 태도 또한 지식 노동이 대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한 현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필수인 과목과, 원하는 학생마다 반드시 배워야 하는 부분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분배되어야 한다고 아서 벤자민은 주장합니다.
사회인이라면 모두 확률과 통계를 배워 리스크와 데이터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경제학자, 수학자, 과학자, 공학자라면 필수로 미적분을 배워야 합니다. AI 개발자를 꿈꾼다면 당연히 선형대수 등을 배워야겠지요.
IT가 지배하는 세상이 오면서 세상 모든 일이 데이터화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통계를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삶에 활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여전히 사회를 이끌어가는 공학은 분야마다 다양한 수학 지식이 필요합니다. 학생이 꿈꾸는 진로에 따라 그에 필요로 하는 수학을 배울 기회를 줘야 합니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모두가 외치는 요즘, ‘평범한 진리’인 수학에 집중해봄 직한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수학자가 ‘미적분’보다 ‘확률과 통계’를 먼저 배우라고 권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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