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아이들이 사랑하는 키즈 콘텐츠가 내용까지 훌륭할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9.09.10 13:13
  • 보람튜브 수익 공개 기사 이후로 키즈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키즈 유튜브의 내용은 현재 '몰입되는 광고' 수준에 그치는 게 사실입니다. 상업적 내용 위주라는 거지요.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자신이 접하는 사람과 콘텐츠의 가치관을 받아들입니다. 어린 시절 받아드린 가치관은 본인이 의도적으로 교정하지 않는 한 평생 가져가게 되지요. 영향력이 엄청난 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미국에서는 특히 키즈 콘텐츠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흔히 여겨지는 메세지를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어른의 고정관념을 줄이고, 사회적이거나 교육적인 메세지를 넣으려는 시도가 많아지는 거지요.

    이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회사가 어린이 콘텐츠의 제국, 디즈니입니다. 최근 디즈니는 다양한 인종을 주연으로 채용해 인종적 편견을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와이 테마에, 전 출연진이 하와이 원주민이었던 '모아이'가 대표적입니다.

    성적인 편견도 바꾸고 있습니다. '토이스토리4'에서는 기존 남녀의 통념을 바꿔버린 주인공이 나옵니다. 기존에 수동적인 여성이던 캐릭터를 다시 데리고 와서 적극적인 여성으로 바꿔 스토리를 진행한 거지요.

    심지어 교육적인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기도 합니다.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은 뇌과학을 통해 사춘기의 뇌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과학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과학적 사실을 서사로 풀어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극영화이면서 동시에 교육 다큐멘터리이기도 한 셈입니다.

    디즈니가 최근 영상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영상 플랫폼의 제왕인 넷플릭스도 이에 대비해 키즈 콘텐츠를 수급하고 있는데요. 넷플릭스의 키즈 콘텐츠 또한 기존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내용을 보여줍니다.

    우선 주인공이 과거와는 다릅니다. 과거 미국에 흔했던, 용기 있지만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쿨한 남성 주인공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을 연상시키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 주인공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모범생(Nerd)도 멋지다는, 요즘 미국에서 강조하는 철학을 키즈 콘텐츠가 차용한 겁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프린스는 교환학생'의 주인공 '테디'는 방에 틀어박혀 로봇을 만들고,  MIT 진학을 꿈꾸는 학생입니다. 한국에서는 특별할 게 없다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바람직한 학생상으로 어떻게든 권하고 싶은 롤모델이죠.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흑인 모범생'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베스트 탐정단' 도 재미있습니다. 단발머리의 탐정 소녀를 중심으로 치아 교정기를 낀 소녀, 극성 부모를 둔 아시안 소년, 운동을 좋아하는 흑인 소년이 한 팀을 이뤄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는 소년 탐정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호주에서 만들어졌는데요. '한부모 가정', '아시아 소년' 등 기존에 어린이 드라마에서 거의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현실을 좀 더 균형 잡히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거지요.

    이왕이면 어린이가 보는 콘텐츠가 건전하고 교육적이면 좋겠다. 말하기 쉬운 말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강압적으로 권하면 억지가 돼버리는 일이기도 하지요.

    미국이든 한국이든, 아이들이 가장 즐겨보는 유튜브는 아직은 건전한 내용을 가져오려 하기보다는 상업성 위주로 돌아갑니다. 키즈 유튜브에 엄청난 영향력을 볼 때, 이를 통해 새 장난감을 사고 싶게 만드는 정도의 효과만 거두는 건 아쉽습니다.

    점차 유튜브는 상업성을 넘어서 '정보'와 '내용'이 있는 콘텐츠의 노출을 늘리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유튜브를 위시한 키즈 콘텐츠도 교육적이고, 좋은 내용을 담은 콘텐츠가 더 각광을 받을 걸로 보입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도 덤이고 말이죠. 미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건전한 키즈 콘텐츠'에 관심을 가져봄 직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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