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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공부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나마도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더욱 막막하지요.
더 큰 문제는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입니다. 직업의 절반이 사라질 거라는 흉흉한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지금 있지도 않은 직업에서 일해야 한다고 합니다. 미래에 맞는 진로를 아이에게 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코린 밸록(Korinne Belock)은 빠르게 성공 가도를 달렸습니다. 대학교 신입생 때 정치인 보좌 인턴일로 시작해서 졸업 후에도 계속 정계에 진출했지요. 그러다 당시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에게 발탁되어 정무를 총괄했습니다. 이곳에서도 그녀는 두각을 나타내 28세에 조지 W. 부시 당시 행정부 국정에 요직을 제안받았습니다. 단 28세에 세계 정계에 중심에 설 기회를 얻은 겁니다.
문제가 있었습니다. 본인이 정계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고, 정무 일도 자신과 맞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동료들은 타협, 투쟁, 선거전에 흥분을 느꼈습니다. 그녀와는 달랐습니다.
코린이 좋아하는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유권자 조사. 정책 토론, 공공 봉사. 보고서 작성 등등은 모두 그에 비하면 지루했습니다. 차라리 청소, 주방 정리 같은 평범한 일을 하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녀는 정계를 떠나, 단 5,000불을 가지고 정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코린은 이사한 사람들, 갓 결혼한 사람들, 아이가 생긴 사람들 등 실로 다양한 이유로 정리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단순히 청소를 해주는 게 아닌, 청소하는 방법과 체계를 만들어주는 정리 컨설턴트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청소 도우미가 아닌, 청소에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정리 컨설턴트로 순식간에 뉴욕의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너무 인기가 많아서, 플로리다에 새로 사무실을 열고 직원을 고용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누군가는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백악관에서 전 세계 권력 정점에 설 기회를 마다하고, 고작 남의 책상이나 옷장을 정리해주는 일을 택하다니요. 하지만 코린은 자신이 너무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교육학과 교수 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는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성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단계를 밟아 경쟁에서 이기는 성공이 아닌, 자신만의 성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의 사례를 모아 '다크호스'라는 책을 썼습니다. 코린의 이야기 또한 이 책에서 소개된 내용입니다. -
과거에는 자신의 진정한 장점과 동기를 추구할 수 없었습니다. 진로가 정해진 몇몇 개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경쟁을 통해 이겨서 남들이 모두 원하는 직업을 가져야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가 바뀌면서 이야기도 달라졌습니다. 정리 컨설턴트 경력으로 소문이 나서 뉴욕과 플로리다에 정리 컨설팅 회사를 만드는 일도 과거에는 어려웠을 겁니다. 인터넷으로 홍보할 수 있고, 신뢰가 고객 후기로 쌓일 수 있는 요즘에야 가능한 진로입니다.
시대에 맞는 진로 교육을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에게 맞는 진로 교육이겠지요. 우선 아이가 정말 잘하는 일. 아이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거기에 모든 해답이 있을지 모릅니다. 세계 정계의 정점을 버리고, 자신이 가장 원하는 길을 찾은 다크호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봐야 할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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