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카톡 욕설 때문에 하버드 합격 취소 통보를 받는다면?
기사입력 2019.06.25 09:33
  •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무려 17명의 학생이 사살당했지요. 이 사건에서 카일 카슈브라는 학생이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총기사고를 겪었음에도 총기 소유의 자유를 피력해 보수계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백악관에 방문하기도 했지요. 성적까지 훌륭해, 하버드 대학교에도 합격했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이 탄탄대로로 보였지요.
  • 하버드 대학교 합격 취소 통보를 받은 카일 카슈브/위키피디아 커먼스 제공
    ▲ 하버드 대학교 합격 취소 통보를 받은 카일 카슈브/위키피디아 커먼스 제공
  • 이번 달에 그는 돌연 하버드 대학교에서 합격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SNS에서 카슈브가 과거에 했던 언행들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검둥이(Nigger)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했으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농담처럼 문자 메시지로 보냈습니다. '유대인을 죽여라'라는 말도 썼다는 사실도 알려졌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매주 유대교 학당을 다니는 이스라엘 출신 유대인입니다.

    그의 구글독스 기록 또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여러 학생이 다 함께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무서 작업 도구인 '구글독스'에는 모든 수정 사항이 저장되는데요. 매체에서 취재한 결과 크슈브가 흑인, 유대인 등을 비하하는 단어를 과격하게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텍스트 메시지와 구글 독스 문서에서의 카슈브의 과거 언행이 그대로 캡처되어 SNS에 공유되었습니다. '카슈브는 원래부터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했으며, 여학생을 외모로 줄 세우는 등의 언행을 자주 했다'라는 동급생의 증언도 덧붙여졌지요. 이미 총기 로비 그룹 NRA에서 연설할 정도로 유명 보수 인사였던 카슈브는 진보 언론과 SNS에 좋은 타깃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급기야 하버드 대학교 입학처에서 카슈브에게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카슈브는 지난 달 22일에 공개 서한을 통해 '16살의 옹졸한 내가 쓴 것'이라며 사과했습니다. 하버드는 카슈브의 입학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카슈브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대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는 “분별력과 도덕성의 자질을 살펴본 결과, 카슈브의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라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카슈브의 입학은 취소되는 게 맞을까요? 보수 세력에서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뉴욕타임스의 보수 칼럼리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죄는 속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진보 세력에서는 반대로 '사립 대학은 (보수 세력이 사랑하는) 학생을 스스로 뽑을 권한과 자유가 있다. 범죄나, 진실하지 않은 행동, 음주 등은 물론, 합격 이후 성적이 하락해도 취소될 수 있는 게 대학 입학이다.'라는 의견이 주였지요. 실제로 이전에도 하버드는 페이스북 그룹 채팅방에서 음란 메시지, 인종차별 메시지 등을 올린 학생들 11명의 합격을 취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감히 제가 뭐라고 말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아이에게, 또 그 아이의 주변인에게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류의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모든 것이 기록된다'는 걸 아이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넷 세계에서 쓰는 모든 언어는 공유가 가능합니다. 카슈브는 학교 동급생과 함께 한 공용 문서 작업 기록, 그리고 텍스트 메시지가 발견되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카슈브처럼 극적으로 화려한 관심을 얻게 될 경우, 그 타격 또한 커집니다. 어린 시절부터 미리 조심해야 합니다.

    배우 윌 스미스는 아들과 함께 출연한 토크쇼에서 자신의 10대 시절은 어땠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저도 14살 때 참 멍청이였어요. 다만 제가 14살 땐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없었죠. 그래서 멍청이였지만 방구석에서만 그럴 수 있었어요,'

    모든 게 기록되고, 연결되어, 퍼지는 시대입니다. 이 시대에는, 글 하나, 영상 하나, 사상 하나로도 전 세계에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10대 시절의 아이의 바보 같은 일탈이, 영원히 디지털 세계에 박제되어 아이의 미래에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대해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가르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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