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줘야 할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4.23 09:20
  • 스마트폰은 도구일 뿐입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좋은지 나쁜지가 갈리죠. 스마트폰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도구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요즘은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소통과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툴'에 천문학적인 돈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프로그래머부터 웹툰 작가까지, 창작자들도 신중하게 자신에게 맞는 장비를 선택하죠. 무엇을 도구로 사용하느냐가 결과물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겁니다.

    부모에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주자니 불안합니다. 안 주자니 그게 가능할까 싶지요.

    우선 최대한 늦춰야 하는 이유.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갑니다'의 저자 이진혁 선생님은 저서에서 스마트폰은 최대한 늦게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마트폰 과의존이 아이에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 중 5%가 '스마트폰 과의존군'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의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질수록 독서나, 공부 등의 활동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스마트폰은 또한 성인 콘텐츠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은 원래 '야한 동영상' 등 성인용 콘텐츠로 가득합니다. 그래도 PC는 부모가 확인하기 수월합니다. 아이가 직접 휴대하는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어른이 확인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구성애 대표 등 성교육 전문가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신중해야 하고, 특히 저연령일수록 스마트폰 사용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스마트폰은 아이 수면을 방해하는 원흉이기도 합니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전자파, 빛은 수면을 방해하는데요. 스마트폰 덕분에 침대에서 전자기기 스크린을 볼 수 있게 되자 수면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뇌가 스마트폰 스크린의 자극에 익숙해져, 수면 상태로 가기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침대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최대한 줄여줘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스마트폰을 주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고, 스마트폰을 줘야 할 이유는 썩 많아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부모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합니다. 우선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창구기에 언젠가는 스마트폰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숙제를 스마트폰 메신저 앱이나 SNS를 통해서 시작하는 순간 스마트폰을 안 사줄 도리가 없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은 워낙 재미있고, 몰입감을 줍니다. 아이도 원하고, 부모도 가끔은 본인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아예 안 주기는 쉽지 않지요.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은 부모와 자녀를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피처폰이라도 아이가 갖고 있는 상태와, 부모와 자녀가 아무 연결고리도 없는 상태는 부모가 느끼는 불안감이 다릅니다. 실제로 아이가 길을 잃어버리는 등의 상화에서 전화 덕분에 아이와 연결되어 아이의 안전을 지키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도구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또한 절대 악이 아닙니다. 워낙 강력한 몰입감과 연결성을 주기에 제어해야 하는 도구지요.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런 자제력이 당연히 없습니다. 아이마다 필요한 정도가 다르고, 받는 유혹 또한 다를 겁니다. 어른이 앞장서서 언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줄지 결정하고, 스마트폰 사용에 아이에게 맞는 규율을 정해줘야 합니다. 결국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줘야 할까?’가 아닌 ‘언제, 어떻게 줘야 할까?’가 진짜 좋은 질문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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