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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 출산율은 역사상 처음으로 1.0명 보다 낮아지리라 예상됩니다. 정부에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보수부터 진보까지 아우르며 집권 세력이 최고 143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지요. 뭘 해야 할지는 뻔한데 의지가 없어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라는 걸까요?
양육은 왜 어려운 걸까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최근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자들이 총 1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개의 연구를 분석해, 왜 엄마보다 아빠가 더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는지 알아본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가 없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더 행복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엄마가 아빠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연구자가 내린 결론은 '놀이'였습니다. 아이와 노는 순간 엄마든 아빠든 아이와의 관계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보통 노는 시간은 아빠가 엄마보다 더 많았습니다. 연구자는 이를 토대로 부모가 행복감을 느끼려면 '놀이'에 집중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의 기고가 샤론 홀브룩은 '놀이가 엄마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아빠가 더 행복한 이유는 엄마가 아빠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고, 놀이 등 즐거운 부분만을 함께해서 그런 거는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지요. 원인과 결과가 바뀐 건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샤론 홀브룩은 직접 이런 주장을 연구진에게 전달했습니다. 논문의 대표 저자 또한 여성이었습니다. 샤론 홀브룩의 주장을 들은 대표 저자 케서린 넬슨-커피는 실제로 정확한 원인은 알아내지 못했다며, 연구의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어쩌면 정말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가 부모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혹은 어쩌면 이미 아빠는 가사노동 부담이 적어 더 행복하기에, 아이와 놀아줄 여유가 더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상관관계는 밝혀낸데 비해, 인과관계를 밝혀내지는 못한 연구 결과인 셈이지요.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흔히들 우리는 왜 양육이 어려운지 알고 있고, 그 대책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세상은 그처럼 쉽지 않습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많은 경우 원인과 결과는 정확하게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나 취향 등에 따라 선호하는 육아 지원 방식도 달라지게 되지요.
그래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하는 거지요. 한국은 더더욱 이런 연구가 부족합니다. 큰 그림은 우리 모두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 디테일한 부분의 연구는 아직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큰 문제일수록 작게 나누면 실행할 수 있는 작은 해결책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좀 더 디테일한 연구와 데이터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오늘 소개했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 또한 한계가 많은 연구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정도의 디테일한 연구도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143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의지는 좋습니다만, 문제를 조금 더 자세하게 뜯어봐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요? 양육 부담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연구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출산율 문제 해결, 우선은 데이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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