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대학의 위기, 아직은 해답이 없는 이유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11.27 09:05
  • 지난 18일,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2조 원의 돈을 모교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 쾌척한 겁니다. 한국에서 2조 원의 가치를 가진 기업도 드물다는 걸 생각해보면 실로 엄청난 금액입니다.

    블룸버그의 조건은 '학생을 실력으로 뽑으라'는 말이었습니다. 학비를 높여서 부자만 갈 수 있는 대학을 만들지 말라는 거지요.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기여 입학이 허용됩니다. 명문대 학비가 1년에 몇천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기도 하지요. 이런 모든 걸 제외하고, 실력과 가능성으로만 학생을 뽑아서 가난한 집안의 학생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블룸버그 시장은 부탁했습니다.

    대학의 학비가 점점 비싸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학생 유치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기 학교에는 학생이 몰리고, 폐업하는 학교도 속출하고 있지요. 경쟁에서 이긴 대학교는 또한 가격이 너무 비싸졌습니다. 세계화의 명암이 교육에도 퍼지고 있는 셈이죠.

    이를 블룸버그는 '개인의 기부로 학교의 자본의 압박에서 해방시켜서 교육에만 집중하도록 한다'라는 방법으로 대답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부자 선배를 가진, 엘리트 학교에만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이겠죠. 정작 세계화로 인해 문 닫을 위기에 처하는 중하위권 대학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예 대학교의 포맷을 바꿔버리려는 시도도 등장했습니다. 2014년에 설립한 미네르바 대학은 전 세계 7객 도시에 기숙사가 있습니다. 캠퍼스로 운영하는 학교가 아닌 온라인 화상 교육 위주의 학교입니다. 세계에 흩어진 학생과 교수가 온라인을 통해 모여서 수업합니다. 건물이 적기에 비용도 3천만 원 정도로 타 미국 명문대에 비해 저렴하지요. 매주 금요일에는 실습 수업으로 배웁니다.

    다만 미네르바 대학은 스탠퍼드 대학보다 합격 확률이 낮은, 초 일류 대학입니다.  3천만 원의 비용, 하버드, 예일 등을 갈수도 있는 명문 학생을 모아서 가르친다는 점에서는 결국 '귀족 교육' '엘리트 교육'의 혁신인 셈입니다. 정작 위기를 맡고 있는 '대다수의 대학'에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2013년 Penn State 대학에서 조사한 바로는, MOOC 등록자 중 절반만이 강의를 한 번이라도 확인해봤습니다. 강의 데이터를 완주한 학생은 4% 정도였습니다. 대부분 MOOC는 그저 호기심으로 등록한 걸 뿐, 이미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 외에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겁니다.

    온라인 강의에 효용에 의문이 드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명문대를 '좋은 강의' 때문에 가고 싶어할까요? 자신이 엘리트라는 '확인'과 선배와의 관계 때문은 아닐까요? 온라인 강의를 통해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수업을 진행하는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은 50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온라인 수업보다 그 '들어가기 어려운 문'이라는 브랜드가 더 이 학교의 가치에 핵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큰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요. 다만 그게 현재 위기에 내몰린 대다수의 대학에 도움이 되는 예시라는 근거는 될 수 있습니다.

    기술 혁신을 보면 이를 통해 교육을 더 나아지게 하겠다는 꿈을 꿔보기 싶습니다. 다만 이런 바램이 현실화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기술은 더욱 더 좁은 문, 더욱 더 뛰어난 엘리트를 만드는데 도움이 됩니다. 포기하지 않더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세계화, 기술이 초래한 대학의 위기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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