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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를 아시나요? 가난한 동네에 사는 한 흑인 소년이 운동을 매개체로 백인 가정과 인연을 맺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학생은 부모도, 집도, 안전도, 아무 희망도 없는 동네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가 풋볼 장학생으로 새로운 동네에 오자 삶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은 동네 간 교육 편차가 극심합니다. 나라가 큰 데다, 대중교통도 발달하지 않아서겠지요. 인종, 계급에 따라 모여서 사는 정도도 더 심하기도 합니다.
동네가 바뀌자 운명이 바뀌었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맹모삼천지교’로 대표되는, 교육을 위해 이사하는 어머니들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정말로 실효성이 있는 이야기일까요? -
이번 달에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논문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브라운 대학교의 연구자들이 미국 인구조사국과 함께 미국에서 태어난 1978년에서 1983년까지 태어난 학생이 어느 동내에서 태어났으며, 어떻게 자라서, 어느 정도 수입을 가진 어른이 되었는지를 기록한 겁니다.
이 연구는 단호하게 ‘아이가 자란 동네가 아이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상식으로 짐작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그보다 더 나갑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집에서 매우 가까운 3km 이내가 어떤 동네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자동차에 기대는 미국에서는 자동차로 운전할 수 있는 더 넓은 반경이 중요할 거 같지만 집 바로 근처의 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간도 중요했습니다. 한동네에 오래 있을수록 그 동네가 미치는 영향이 커졌습니다. 만약 주변이 아이를 키우기 좋지 않은 동네라고 해도, 일찍 이사해서 다른 동네에 오랜 기간 있었다면 그 효과가 달라졌습니다. 어린 시절, 오랜 기간 살았던 동네가 가장 중요했다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교육 제도, 건강한 동네 분위기, 주변 거주하는 어른들의 직업 등만으로는 좋은 동네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외에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요인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결국 이는 ‘미스터리’로 남았다고 합니다.한국에서 이런 데이터를 발표할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울 겁니다. 우선 한국은 이렇게 30년간 진득하게 연구를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또한 변화가 많았기에 한동네에 오래 살았던 사람도 적고, 동네의 변화도 컸습니다. 워낙 빨리 발전했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훨씬 어렵겠지요.
그 외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연구 조사가 발표되면 부동산 가격 등에 너무도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발표가 쉽지 않은 이유에는 이런 정치, 사회적인 이유도 있는 셈입니다. 물론 미국도 이 데이터를 발표한 연구자들은 이 연구가 오히려 ‘동네 간 불평등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는 불안감을 표시하기도 했지요.
데이터를 모으기만큼 쓰기도 어렵습니다. 동네 간 교육 데이터는 부동산 가격을 폭등하고, 폭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데이터는 소외된 지역의 아이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이를 대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결국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입니다. 이를 만들고, 또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주체는 사람일 겁니다. 동네 간 아이들 소득 격차 데이터에 관심을 기울여봐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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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데이터가 증명한 맹모삼천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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