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는 안전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항상 지켜지는 건 아닙니다.
올해에만 몇 번이나 학교 안전이 위태위태해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한 초등학교에 외부인이 침입해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5월에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중학교에 무단침입해 노출 댄스 방송을 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전인 2월에는 한 60대 남성이 행정직원에게 전처 여동생인 학교 교사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소란을 피우고 얼굴에 침을 뱉다 벌금형을 받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습니다. 모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학교 보안이 뚫린 사례였습니다.
한국 학교 보안이 취약한 건 그만큼 사회의 치안을 믿기 때문도 있습니다. 치안 문제가 훨씬 심각한 미국은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학교를 노리고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School Shooting'이 사회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매년 최소 1건 이상 실제로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하원은 이례적으로 여야가 단합해서 '학교 폭력 방지 법안'(STOP School Violence Act)을 가결했습니다. 5천만 달러를 학교 보안 기술과 이를 위한 대책에 투자하자는 내용입니다. 그만큼 '안전한 학교를 만들자'는 말은 반대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학교는 이렇게 받은 돈을 어떻게 보안에 써야 할까요? 미국 학교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는 기술은 '금속 탐지기'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위험한 게 총기나 도검류 등의 금속제 무기다 보니 이를 막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기술에 부작용은 없을까요?
MMWR(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이라는 저널에서 1992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금속 탐지기는 학생의 무기소지를 13.6%에서 7.8%로 낮춰주었습니다. 대가도 컸습니다. 학생들은 학교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는 학생의 성적과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맨손으로 일어나는 폭력은 막지 못했습니다.
학교는 안전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더 안전한 학교를 위해 보안을 강화하는 일에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학생에게 불안감이 전이되어 성적과 정신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보안 시설은 많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세심하게 적절한 수준의 보안을 구성해, 안전하면서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학교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금속 탐지기와 데이터가 보여주는 그에 대한 부작용. 이는 교육현장의 기술에 대해 하는 경고기도 합니다. '학교 보안을 높이는 금속탐지기'조차도 지나치면 오히려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도입에 앞서 신중하게 데이터로 검증하고 검토해야 합니다. 미국 금속 탐지기가 초래한 부작용에 대해 주목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금속탐지기의 뜻밖의 부작용이 주는 경고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