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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교의 홍보 동아리에서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생이 학교 홍보실과 협업해서 학교를 홍보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배급하는 조직이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차피 학벌 줄 세우기로 점수에 맞춰 학교를 선택하는데 홍보가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런 믿음 때문일까요? 마케팅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학교 홍보는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합니다. 과거 방식과 더불어, 약간의 SNS 정도로 그치지요.
미국은 다릅니다. 전 세계 대학생을 상대로 홍보를 해야 하니 아무리 명문대라도 전략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한 워낙 세계적인 명문대가 많은 탓에 경쟁이 치열하기도 합니다.
최근 대학생은 1995~2010년 정도에 태어났습니다. 기성세대와는 미디어 환경 자체가 다릅니다. 스마트폰이 있기 전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세대이기도 하지요. 이런 환경에서 밀레니얼 세대 대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교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뉴욕 타임스가 다루었습니다.
우선 수업이 바뀌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메일을 쓰지 않습니다. 이메일은 너무 느립니다. 교수들은 트위터로 출석을 부르고, '슬랙' 등의 메신저 툴을 사용해서 학생과 대화합니다. 심지어 영상 컨퍼런스를 통해 직접 만나지 않고 학생과 상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메일을 버리는 건 아닙니다. 프로들은 세계에서는 이메일이 필수 스킬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교수는 실제로 이메일 쓰는 법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나아가서 '태블릿으로 워드 문서 작성하기' 등, 디지털 기기 기술 중 밀레니얼은 쓰기 어려워하지만, 꼭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학교의 자체 홍보에서는 디지털 기술 활용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기존의 전형적인 홍보 영상에서 벗어나, SNS에서 바이럴 될 만한 도발적인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겁니다. 최근 공개된 프리스턴 대학교의 홍보 영상에서는 장난스럽게 하버드를 모욕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홍보 영상은 트위터에서 엄청난 관심을 모았습니다.
학교 내부 소통 또한 디지털 세대에게 맞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SNS 등 스마트폰을 통해 교내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 겁니다. 학생이 학교의 공지사항을 무시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하네요.
이런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아닌 학교 직원이 젊은이의 은어 등을 흉내 내면, 예민한 밀레니얼 세대는 발 빠르게 이를 알아챕니다. 어색한 소통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평범한 소통보다도 나쁜 역효과를 내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밀레니얼 세대에 맞춰 소통하려는 미국 학교의 시도에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유행어나, 기술, 도발적인 영상 같은 겉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그보다는 밀레니얼 세대를 '개인'으로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현세대는 '개인'으로 대접받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들을 '학생'이라는 그룹으로, 대중으로 취급하면 소통이 어렵습니다. 모두가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개인'으로 생각하고, 소통해야만 가능합니다.
학벌로 줄세 우고, 서열을 믿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 홍보는 그 한계가 뚜렷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도 서열로 정확하게 줄 세우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게 있다는 애매한 감만 있을 뿐이죠. 모두의 믿음처럼 변화 가 없는 거도 아니고 말이죠. 공과대학이나 한의학과 등의 인기도가 최근 20년간 널뛰기하는 모습만 봐도 서열이라는 게 우리 생각만큼 확고부동한 진리는 아니라는 게 분명해집니다.
반대로 사회는 점차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서열로 끝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기초 학력은 기본이고, 이에 나아가 '스토리', '맥락'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시대보다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학생을 개인으로 대우하고, 그에 맞는 케어가 필요합니다. 밀레니얼 시대에 맞는 소통법과 태도를 고민해봄 직한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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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밀레니얼 세대에게 맞는 대학교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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