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대형 IT 기업이 만드는 교육과정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6.19 10:17
  • 대학교육이 의미가 있을까요? 교육 전공자이고, 교육에서 희망을 본 사람임에도 이런 건방진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 다녀보니,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직접적으로는 큰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전문 기술 직종이라면 좀 낫겠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배워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저뿐만은 아닌 듯합니다. 요즘 IT 기술기업은 직접 교육 과정, 소위 말하는 ‘커리큘럼’을 짜고 있습니다. 자신의 제품 위주로 말이죠. 오늘은 해외 대형 IT 기업의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아마존은 최근 애리조나 주립대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본인들의 음성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를 학생들에게 무료로 선물한 거지요. 대신 대학교의 코스에 아마존 에코의 기술을 다루는 과정을 집어넣었습니다. 학생은 무료로 최신 기술을 볼 수 있고, 아마존은 미래의 고객을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애플도 오하이오 주립대에 최신 아이패드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위프트(Swift) 등, 본인들의 툴을 가르치는 수업을 정식 교과과정에 포함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학생은 무료로 고급 기술을 활용하고, 애플은 미래 고객에게 본인 제품을 소개한 거지요.

    페이스북은 자체 마케팅 수업 과정을 준비했습니다. 커뮤니티 칼리지와 제휴를 통해 지역의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를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수업입니다. 이곳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마케팅 노하우를 교육합니다. 기업가는 고품질의 마케팅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페이스북은 지역 기업가들을 고객으로 모실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플랫폼 생태계에 미래의 고객을 모시기 위해 하는 ‘영업’이 아니냐는 거지요.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사용자 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약화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자구책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교육은, 당장 일터에서 쓸모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매우 중요합니다. IT 업계 리더의 절대다수가 전통적인 교육을 훌륭하게 마친 사람들입니다.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보여도 튼튼한 기본이 되어준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들은 또한 어린 시절부터 기술을 자주 접해본 사람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기부를 통해서라면,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더욱 기술 발전의 기회가 열릴 겁니다. 많은 한계가 있지만, 기술 기업이 본인의 최신 기술을 학교에 아낌없이 제공하는 행동이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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