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대학이라는 연구기관의 변화, 리서치게이트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2.12 09:53
  • 기술이 대학을 바꾸고 있다. MIT, 스탠포드 등 유수의 학교가 무료로 강의를 공개하고 있다. 한국도 케이무크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올린다. 인터넷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대학의 의미는 뭘까?

    물론 대학의 의미가 강의에만 있는 건 아니다. 연구도 학부 강의 못지않게 중요하다. 교수는 ‘연구해서 논문을 발표하는 사람’이다. 교수 임용 여부도 이를 통해서 결정된다. 연구를 잘 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로 인정된다.

    따라서 연구를 하려면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도제 시스템으로 교수에게 논문을 지도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자들과 교제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자극을 받는다. 대학은 이런 논문을 생산하는 연구에 요람 역할을 했다.

  • 리서치게이트 화면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esearchgate_Screenshot.jpg)
    ▲ 리서치게이트 화면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esearchgate_Screenshot.jpg)

    대학 위주의 논문 공유를 조금씩 바꾸는 서비스가 있다. 논문 공유 SNS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다. 리서치 게이트는 연구기관에 인가받은 연구자들이 논문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뿐만 아니라 서로의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학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자들의 교류를 전 세계로 늘릴 셈이다.

    리서치게이트는 2008년 5월 독일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연구자들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뉴욕타임스 기준으로 2017년 3월, 리서치게이트 유저는 1천 2백만 명이다. 리서치게이트 회원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의 60%에 달하는 큰 숫자다. 매달 리서치게이트에는 250만 건의 논문이 올라온다.

    지난 2월, 리서치게이트는 2015년 말에 받았던 투자 목록을 독일 회계 규정에 따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빌 게이츠, 벤처캐피털 펀드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리서치게이트를 주목했다. 오피니언 리더들에 주목과 투자를 받은 서비스인 셈이다.

    리서치게이트에 핵심 기능은 논문 공유다. 이는 기존 출판사의 저작권 개념과는 맞기 어려울 수 있다. 리서치게이트는 출판사와 끊임없이 마찰 중이다. 2017년 9월, 미국화학협회, 대형 출판사 엘스비어 등이 리서치게이트에 저작권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리서치게이트는 유저에게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말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리서치게이트는 빠르게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서로가 연구에서 활용한 데이터, 논문, 아이디어, 그리고 코드까지 공유한다. 이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과거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연구를 혁신한다. 과거 연구실 랩에서 일어나던 연구 교류를 전 세계로 확장한 셈이다.

    리서치게이트는 독점적인 연구기관으로서 대학의 위치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대학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인강이 학원을 대체하지 못했고, 무크가 대학을 대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부 기능을 분리해서 발전시키고 보완할 수는 있다. 지도교수가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도제식 교육 시스템 또한 SNS를 통한 빠른 정보교환으로 문화가 달라질 수도 있다. 교육에 산실인 대학 교육을 바꿔나가는 서비스인 리서치게이트에 주목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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