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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교육 혁신을 외치는 프로젝트가 등장한다. 모두 거창한 비전과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다. 하지만 그들이 성공했다면 지금 한국이 이러지는 않았을 테다. 대부분의 교육 혁신은 실패했다.
혁신의 상징이라는 실리콘 밸리에서도 교육 혁신 실패는 자주 일어난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하고 마크 저커버그가 투자해서 유명해진 알트스쿨(Altschool)이 그 예시다. 실리콘밸리서 무려 1억 7,500달러를 투자받으며 뜨겁게 출발했다. 하지만 현재 절반 이상의 학교가 문을 닫거나 닫을 예정이다.
적어도 이 학교가 기술적 능력이나 자본이 모자라서 교육 혁신에 실패하지는 않았을 거다. 보통 사람들이 어떤 교육 혁신의 실패 이유로 뽑는 요인이 이 두 가지다. 자본도 충분하고 기술도 충분했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는 책이 있다. 실리콘 밸리를 키운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은 도요타의 생산방식에서 착안한 빠르고 민첩한 사업 개발 방식을 다룬다.
우선 빠르게 시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고객의 반응을 본다. 고객 반응에 따라 민첩하게 반응해서 새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다시 고객의 반응을 확인한다. 처음부터 좋은 제품을 만들기보다 고객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방식이다.
알트스쿨은 그렇지 않았다. 교육의 고객은 학생이기도 하고 학부모이기도 하지만 전체 사회이기도 하다. 알트스쿨은 그런 고객들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되고 싶은 인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에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 본인이 생각하기에 멋지고 옳은 교육에만 집중했다. 예컨대 창의력을 키우겠다고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시험조차 보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교육만 하게 했다. 그 결과는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 양산이었다.
고객의 니즈를 알기 전에 갖는 과도한 비전은 오히려 혁신에 방해가 된다. 고객 본인조차도 모르는 멋진 비전으로 시장을 뒤바꿔 버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혁신은 전설이 되었다. 보통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그렇다. 대부분의 혁신은 그런 영웅적인 일이 아닌, 고객의 사소해 보이는 문제를 조금 현재보다 편하게 바꿔주는 일에서 일어난다. 교육 혁신 또한 거창한 비전의 공중전보다 고객의 바로 앞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지상전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과다한 비전은 혁신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