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IT 기업, 공교육의 투자자가 되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6.20 09:37
  • IT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한다.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는 최근작 ‘호모 데우스’에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사람이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 간다고 말한다. 이안 모리스 스탠포드 교수 또한 저서 ‘전쟁의 역설’에서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을 새로운 제국은 ‘팍스 테크놀로지카’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과연 IT 회사들의 지배력은 전방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미국 주가는 IT 회사들이 이끌고 있다. 

    경제적 지배력이 늘어난 IT 기업들이 교육에도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IT 기업이 교육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다. 학생이 자신의 제품을 어릴 때부터 사용하면 미래에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담배 회사들이 청소년을 광고 타겟으로 주목했던 원리와 같다.

    다른 이유도 있다. IT 회사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직원을 스스로 기르기 위해서다.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라고 하지만 IT 회사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아예 직접 자신이 필요한 인재를 기르기 시작했다. 

    세일즈포스는 영업 관리 툴이다. 영업사원들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모든 회사에서 영업은 핵심이다. 또한 영업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일이라 관리가 어려운 분야기도 하다. 가장 중요하면서 관리가 어려운 일인 영업을 관리하는 툴인 세일즈포스는 단숨에 기업들이 찾는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세일즈포스가 샌프란시스코 교육의 ‘투자자’가 되었다. 실리콘 밸리 및 IT 스타트업의 투자자는 단순 돈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주식을 소유하며,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서 IT 스타트업의 멘토 역활을 한다. IT 회사가 ‘학교의 선생님’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발단은 2012년이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장 에드윈 리는 세일즈포스 대표 마크 베니오프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베니오프는 원래도 1%의 이익을 사회에 기부하는 일을 원칙으로 삼던 사람이었다. 흔쾌히 요청에 응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세일즈포스의 기부금을 통해 수학교사를 추가로 고용하고 컴퓨터 과학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베니오프는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 세일즈포스 방식대로 일을 하라’고 말했다. 어떻게 돈을 쓸 지 계획서를 써서 보고하라는 거다. 그는 지극히 실리콘 밸리 기업적인 방식으로 계획을 평가한다. 10개 중 9개를 실패하더라도 ‘과감하게 시도하는’ 방식 말이다.

    학교는 반발했다. 교육은 10명 중 9명이 실패할 수 없다는 거다. 기업가가 공교육의 ‘투자자’가 되어 공교육을 지배하는 거라는 불만도 이어졌다. 하지만 베니오프는 계획에 납득하면 10만 달러의 지원을 준다. 학교 입장에서는 탐 낼 수밖에 없다.

    세일즈포스도 본인 입장이 있다. 자신들은 돈만 주고 끝내는 걸로는 납득할 수 없다는 거다. 어떻게 돈을 쓰는지 자신들의 방법을 알려 주는 일 또한 기부의 일부라는 태도다. 또한 모든 혁신을 반대하는게 관료주의고, 이에 자신들은 익숙하다는 말 또한 덧붙였다.

    어느 쪽이 옳을까?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실리콘 밸리 방식의 교육이 성공적이라는 증거는 없다. 이제 시작된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사업에서 성공한다고 함부로 교육에 그 방식을 도입하기는 망설여진다. 기업 입장도 이해가 간다. 1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면서, 어떻게 돈을 쓰는지 출처 정도는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말도 납득이 안 가는 이유는 아니니 말이다.

    심지어 세일즈 포스는 교육을 크게 바꾸지 않는 편이다. 다른 기업들은 좀 더 본질적인 방식에서 미국 교육을 뒤흔들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교육을 바꾸는 또 다른 IT 기업, 넷플릭스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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