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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교육 공약이 화제다. 지난 19일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내년부터 중학교의 중간, 기말고사가 순차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중간, 기말고사도 일제고사로 판단해 없애겠다는 주장이다. 일제고사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다.
시험은 필요할까?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하지만 어쩌면 ‘시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재 우리의 생각 자체가 바뀔지 모른다. 시험이 바뀌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피드백’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행동이 기록된다. 시험을 디지털 환경에서 보는 경우가 늘어난다. 영어 공인 시험인 토플이 대표적이다. 과거 토플은 종이로 시험을 봤다. 지금은 컴퓨터로 시험을 본다.
디지털 환경에서 시험을 보면 디지털 환경에서 채점할 수 있다. 객관식의 경우 자동화가 가능하다. 심지어 알고리즘을 통해 주관식을 채점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기계가 채점하는 머신 그레이딩(Machine Grading)에는 어떤 유익이 있을까?
우선 교사의 시간을 아낀다. 교사들은 항상 채점에 채여 산다. 통계 자료를 확인해보면 더 놀랍다. 영국 교육청은 2014년 2월 ‘Teacher’s work load diary survey’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사는 주 평균 9시간을 채점에 사용한다. 직장인이 하루 일하는 분량의 시간이 ‘채점’에만 소요되는 셈이다. 채점이 자동화되면 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교사가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머신 그레이딩의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머신 그레이딩은 단순 시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데이터들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모든 정보는 기록이 가능하다. 종이 시험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까지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한 시험 문제를 푸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도 알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위치를 클릭해서 답을 선택하는지 또한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데이터는 교사가 가르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시험 성적 외에는 교사의 경험 정도로만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할 수 있었다. 데이터가 늘어나면 자연히 분석도 발전한다. 학습 분석학(learning analytics)라는 새로운 분야가 발전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연구가 빅토르 마이어쇤베르거와 케네스 쿠키어가 쓴 저서 ‘빅 데이터와 공부하기’(Learning with Big Data)’를 보자. 저자들은 앞으로 나오는 방대한 학생 학습 자료에 비교하면 기존의 성적표나 출석은 아주 초라해 보일 거라고 말했다.
물론 교사가 이 모든 분석을 할 필요는 없다. 이미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성적 데이터 분석을 제공한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생기면 교사에게 경고 메세지를 보내준다. 성적 및 데이터로 학생의 능력과 진도에 맞춰 수업 내용, 방법, 속도를 조절해주는 시스템도 있다. 뉴튼(Knewon), 드림박스(Dream Box), 리즈닝 마인드(Reasoning Minds)등이 대표적이다.
다시 돌아와보자. 시험은 학생을 줄 세우려고 만든게 아니다. 교육을 돕기 위해 만든 행사다. 어쩌면 시험의 의미가 변질되었을지 모른다. 그 해결책은 더 나은 측정이지, 시험 삭제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술은 학생의 행동을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단순 시험 성적과는 달리,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이터다. 학생의 데이터를 디지털 도구로 측정하고, 이를 분석하여, 교사에게 제공하여 학습에 활용한다. 이렇게 되면 시험이 단순한 줄 세우기가 아닌 교육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학습이 될수도 있을 테다. 어쩌면 머신 그레이딩이야말로 시험에 희망일지 모른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디지털 시대 시험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