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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불 짜리 주스 짜주는 기계가 있었다. 주세로(Juicero)다. 이 회사는 유기농 과일 및 채소 주스 팩을 판다. 그리고 착즙기를 제공하여 완벽한 주스 경험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주스를 집에서 먹기 어렵다는 사실에 아이디어를 얻어 정기구독 팩과 기계를 활용하여 주스 시장을 혁신했다.
블룸버그 기자의 기사가 모든 걸 바꾸었다. 주스 팩을 손을 짰다. 기계와 다를 바 없었다. 비슷한 속도로, 비슷한 완성도의 주스를 만들 수 있었다. 주스 기계는 ‘쓰레기’였다. 주세로는 실리콘 밸리의 혁신이 가진 ‘사기’의 속성을 상징하는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이처럼 테크 기업은 ‘혁신을 위한 혁신’을 하기 쉽다. 에듀테크 또한 그렇다. 많은 회사가 기술을 통해 수학, 과학 등의 기본 과목을 가르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해?’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에듀테크라고 해도 메가 스터디 이후 ‘영단기’나 ‘시원스쿨’등 ‘강사의 수업’에 집중한 기업이 교육 시장에서 가장 성공했다. 에듀테크 기업들도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 ‘클래스팅’과 ‘바풀’은 인강 시장에 뛰어들었다. ‘노리’는 학원을 차렸다. 기술보다는 문제 해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술화는 필요 없을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초 교과목은 중요하다. 기초 교과목이 없이 창의력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직업을 빼앗는다고 말한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다. 틀렸다. 보스턴 대학의 제임스 베슨 교수는 연구를 통해 자동화가 일자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동화에 이어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
예를 들어보자. 은행 업무는 많은 경우 자동화되었다. 자동화로 운영비가 감소하자 미국 은행은 더 많은 지점을 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일자리는 늘었다.
조건이 있다. ‘단순 반복 직무’는 사라진다. 지식 노동자, 숙련 노동자, 전문가만 남는다. 이들은 기초 교과목에 통달해야 한다. 또 최신 기술에도 명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최신 기술에 반응하려면 최신 기술을 알아야 한다. 모르는 걸 상상할 수는 없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마크 주커버그 등의 신사업 영웅들을 보자. 모두 공통점이 있다. 학교를 중퇴했을지언정 모두 공부를 열심히 했다.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기술 발전을 어린 시절부터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빌 게이츠는 고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머였다. 제프 베조스는 꼬마 발명가였다. 주커버그는 아예 중학생 때무터 코딩 과외를 받았다. 이단아라는 잡스조차 개발자 모임, 게임 기획자 모임에서 인맥을 쌓았다.
성적만이 목표라면 에듀테크는 아직은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돌파하는 에듀테크가 언젠가는 나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전에도 에듀테크의 의미는 존재한다. 미래를 꿈꾸려면 미래를 미리 봐야 한다. 당장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고 해도 에듀테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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