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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온라인 바둑이다. 온라인 바둑 서비스 타이젬 및 한큐바둑에서 알파고는 정상급 바둑기사를 상대로 60연승을 거뒀다. 사람은 물론이고, 몇십 년간 연구했던 인공지능조차 가볍게 뛰어넘었다. 어쩌면 이세돌은 알파고를 이긴 처음이자 마지막 인간이 될지 모른다.
알파고에 빠른 발전은 인류에게 공포감을 안기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사고력이 뛰어나면 사람이 무슨 쓸모가 있는 존재인지 의문이 든다.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다. 인천 길병원은 지난해 1월부터 IBM의 인공지능 왓슨의 처방을 제공했다. 의료진과 왓슨의 생각이 다를 경우 환자들은 대개 왓슨을 선택했다. 경험 많은 전문의들의 권위보다 인공지능에 더 믿음이 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보다 인공지능을 더 믿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물론 인공지능 시대에도 사람의 능력은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프로그램된 단순 업무를 반복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어떤 업무를 반복할지 기획하고 프로그래밍하는 존재는 결국 사람이다. 산업혁명 이후에 노동자와 농부는 줄었다. 대신 그 자리에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세계에도 새로운 직업과 인재가 필요할 테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창업가이자 싱귤레리티 대학 창립자인 피터 디아만디스는 기술 발전을 통해 모든 것이 풍부해지는 ‘어번던스’의 세계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난한 사람들은 19세기 왕족보다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3세계 국민도 컴퓨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기술 제품은 1~2년 사이에 가격 대비 성능비가 두 배씩 좋아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긴다. 스마트폰이 앱 시장을 만들었듯이 말이다. 기술이 절망이자 곧 희망이다.
문제가 있다. 과연 과거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IT 기술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발전속도를 따라잡고, 그에 맞는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원주민인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게 기성 세대에게 가능한 일일까? 심지어 의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수명도 늘고 있는데 말이다.
기성세대는 기술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는 거로 보인다. 대기업 모 회장은 매일 아침 신문 스크랩으로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스마트폰도, 타블렛 PC도, 포털 뉴스도, 방송 뉴스도 아닌 신문 스크랩으로 말이다. 이런 기성세대가 매년 두 배씩 기하급수적으로 성능이 좋아지는 기술의 속도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해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얼핏 생각하면 미국 기성세대가 한국보다 기술 친화적으로 보인다. 그들은 이미 젊은 시절에 산업화 혁명, 히피 혁명, 섹스 혁명을 체험한 세대다. 농경사회에서 시작해야 했던 한국과 전혀 다르다. 그러나 서양의 기성세대들 또한 기술을 빠르게 이끌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베테랑이 없다. 20~30대 젊은이들 주도로 대부분 회사가 구성되어 있다.
기술 발전이 빨라지면서 최근 100년간 수명이 2배로 늘었다. 그 사이에 사람이 배워야 할 새로운 지식의 양도 폭증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20살에 좋은 대학 가는 일에 집중하는 기존의 교육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과거에는 대학이 지식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술과 지식은 대학보다 빠르게 성장 중이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사(www.economist.com/news/leaders/21714341-it-easy-say-people-need-keep-learning-throughout-their-careers-practicalities)에서 ‘평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빠르게 최신 기술을 학습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시험용 공부로는 얻을 수 없는 지식이다. 교육의 관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 인도와 중국의 저렴하고 기술에 최적화된 인재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 이런 시대에 초중고 교육만으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평생 배워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의 흐름에 올라탈 준비를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평생 배우는 끊임없는 혁신의 DNA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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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100세 시대, 15년 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