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맘 쏭언니’의 내 아이는 아는 만큼 지킨다] 아이에게 툭하면 화내고 소리치는 엄마인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5.17 11:09
  • Q. 아이에게 툭하면 소리치고 화내고, 그러다 다시 미안해하길 되풀이하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육아가 너무 힘들고 지쳐서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아이도 제 앞에서 눈치 보고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네요.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 아이에게 미안해져서 붙들고 울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집안일이며 육아며 나 몰라라 하는 남편에게 야속한 마음이 들거나 기분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또 어느새 아이 앞에서 폭군처럼 굴고 있네요. 아이가 특별히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소한 일에 벌컥벌컥 화를 내는 저, 분노조절장애일까요? 아이가 저를 닮을까봐 정말 많이 걱정됩니다. 화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일곱 살 아들을 키우는 30대 전업주부)

    A. 사소한 일에 화를 내게 된다는 엄마의 사연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 화가 아이에게로 발산된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원인일 때도, 아이가 원인이 아닐 때도 그 화가 아이를 향해 있는 듯 보이는데요. 아마도 아이가 제일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마도 화가 나는 상황이나 원인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 기분이 나쁘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지치고 힘든 상황은 누구나 언제나 겪으니까요. 문제는 그 상황에서 다른 감정이 아닌 분노라는 감정이 어쩌면 제일 만만한 존재인 아이에게로 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연주신 엄마의 걱정대로 부모로부터 무차별적인 분노에 노출된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며 똑같은 분노조절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친구들에게도 쉽게 화를 내고 성인이 되어서도 분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에게 분노를 표출해서도 안 되지만, 만약 화를 냈다면 반드시 아이에게 사과하고 되풀이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야 합니다. 아이를 때리지 않아도 툭하고 소리치고 화를 내는 것 또한 폭력입니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때로 소리치고 화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납니다. 아이는 부모가 화를 낸 후의 부모의 태도와 행동을 보고배웁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특별히 어떤 감정에 대한 발달은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에서 학습된다고 합니다. 기쁨, 슬픔, 무서움, 겁남, 떨림 등등 많은 감정이 있지만 특히 분노의 감정은 다른 감정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학습 또한 빠르다고 합니다.

    이때 아이에게 부모가 화를 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해달라고 하는 태도는 금물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분노의 당위성을 배우게 됩니다. 이후 자신이 화를 내는 상황에서도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화를 내고 난 다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화를 낸 이유가 아이의 행동이나 태도에 있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자신의 존재나 행동이 부모가 화를 내는 이유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는 제대로 된 자존감이 생길 수 없습니다. 부모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존중받지 못한 아이들은 대인관계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존감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를 무분별한 분노에 노출시켜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일매일 새로운 어려움을 겪는 일입니다. 어제 잘했다고 오늘도 잘하게 되리란 법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자라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 키우는 일이 제일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디 가서 잘했다고 공치사를 들을 일도 없는 일이니,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됩니다. 더 지치기 전에, 내 아이가 더 상처받기 전에 감정을 조절하고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나에게는 화를 다루는 기술이 있다
    누구나 때때로 화가 납니다. 그것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왜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사람은 쿨하게 넘기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자신과 상대방까지 삼켜버릴 정도로 분노를 표출하는 걸까요?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억압 능력’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자기 조절 능력’이라고도 하는데, 화가 나는 상황에서라도 극단적이거나 자기파괴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능력이 저마다 달라서라고 말입니다.

    저는 미국 애크런대 상진아 교수님과 <감정에 지지 않는 법>이란 책을 만들면서 ‘나를 압도하는 불편한 감정을 다스리는 심리의 기술’, 특히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상진아 교수님은 먼저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을 구분하라고 말합니다. 화가 나는 것은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내 감정입니다. 하지만 화를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거죠. 화가 났을 때도 내 말과 행동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절제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그렇게 크게 화를 낼 상황이 아닌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낸다면, 그것은 마음속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네요. 상진아 교수님에 의하면 과거에 화가 났던 상황, 혹은 상처를 받았거나 좌절했던 상황과 비슷한 일을 경험하면 무의식적으로 그때의 기억을 건드려 자극받게 되고, 이것이 곧 분노라는 감정으로 표출된다고 합니다. 아킬레스건처럼 특히 더 예민한 부분인 ‘분노의 핫 버튼’이 있다는 겁니다. 마음속에 이런 정리되지 않은 기억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외부로부터 오는 작은 자극에도 강한 반응을 보이고, 결국 평소에 자주 욱하는 성격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죠.

    이렇게 작은 자극에도 화를 내는 것이 습관화되면 사소한 일에도 무조건 자동적으로 화부터 내고 보는 다혈질 성격으로 굳어지기 쉽다고 합니다. 처음 화를 냈을 때 일종의 카타르시스 같은 쾌감을 느껴서 자꾸 분노를 표출하는 분노 중독에 빠진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만약 별다른 이유 없이 유난히 화를 자주 심하게 내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동안 세상을 살아오면서 상처를 많이 받아 자아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요. 크게 화를 낼 일이 아님에도 조그만 자극조차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려는 공격으로 받아들여 항상 방어기제가 먼저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화가 많은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강하고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그 내면은 매우 약하고 불안하며 상처투성이의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학자인 레스 카터 박사는 ‘분노라는 감정은 결국 나를 존중해달라는 호소’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나와 내 가족을 분노의 감정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진아 교수님은 ‘나에게는 화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화를 표현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나 스스로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죠. 매일매일 나는 화를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반복해 다짐하면 좋다고 합니다. 다음은 구체적으로 화를 다루는 기술입니다.

    상진아 교수에게 배우는 분노에 지지 않는 법
    1. 손이 떨리거나 숨이 가빠지는 등 신체 변화가 느껴지면 분노라는 감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화가 나를 지배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 화를 다스릴 수 있다’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분노가 더 이상 고조되지 않도록 우선 감정을 중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화가 날 때 정신을 집중해 복식호흡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조금씩 내뱉기를 반복합니다. 때로 숫자를 세는 것도 분노가 더 커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호흡을 반복해 감정을 누그러뜨린 뒤에는 그 자리나 상황을 피합니다. 분노의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을 때는 일단 회피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4. 아이에게 말할 때는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느낌을 주는 ‘너 문장(You-)’ 대신 ‘나(I-) 문장’을 사용해 아이에 대한 지적을 피하되, 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아이를 주어로 삼지 말고 나를 주어로 삼아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5. 화가 날 때마다 메모나 녹음을 해서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오늘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났는지 기록하면 좋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분노를 느끼는지 그 패턴을 이해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6. 화가 났던 상황을 기록한 뒤에는 각각의 상황에서 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생각해봅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7. 이 연습을 여러 번 반복하면 화가 난 순간 스스로 이를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에 갖고 있는, 나를 화나게 하는 생각을 그렇지 않은 생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즉 내 마음속에 정리되지 않고 남아 있는 기억들을 정리하는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에디터맘 송미진(도서출판 센추리원 대표)/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며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고 5살 터울로 둘째를 낳아 기르며 생기는 무수히 많은 육아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의 심리에서부터 엄마의 학습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육아서를 기획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전문가들로부터 1대1 멘토링을 통해 두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얻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ssongmj71@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사연이 채택되신 분께는 정성껏 만든 육아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

    카카오스토리 쏭언니의 소통육아 https://story.kakao.com/ch/mom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