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맘 쏭언니’의 내 아이는 아는 만큼 지킨다] 형제 갈등, 엄마인 저 때문일까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4.26 10:03
  • Q.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대는 아이들 때문에 정말 살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둘째 아들은 큰 아들과 3살 차이가 나는데도 형 앞에서 제 할 말 다하는 스타일이고, 큰 아들은 말발에서 떨어지니 힘으로 동생을 제압하려고 합니다. 좋은 말로 타일러도 늘 티격태격하니, 항상 큰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남편은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엄마인 제가 형제간의 위계질서를 세우지 못해서라고 저를 나무랍니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시달리는데 남편의 저런 반응은 서운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또 가만히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제가 둘째보다는 큰 아이를 너무 몰아세울 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남편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계모 아니냐고, 너무 작은 아이만 편애한다고 나무랍니다. 잠든 첫째를 보면 안쓰럽고, 미안하고... 잘해주려고 다짐하지만 또 그때뿐이네요. 사실 둘째 아이가 엄마인 제 마음도 더 잘 알아주는 것 같고 형보다 공부도 더 잘하거든요. 저희 아이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가 남편의 말대로 엄마인 저 때문일까요?(세 살 터울의 형제를 키우는 30대 전업주부)

    A. 형제의 사이가 좋지 않은데, 그 이유가 엄마 때문이 아닐까 고민하는 사연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우애를 강조해도 ‘콩가루 집안’이 되는 집이 있고, 힘들고 어려울 때 형제자매끼리 힘을 합쳐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되는 집안’도 있습니다.

    사연을 주신 엄마의 말처럼 형제 갈등이 부모의 편애 등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문제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부모가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면 문제를 해결할 키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집안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던 아이가 처음부터 동생에게 잘해주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큰 아이가 동생에게 느끼는 질투심과 경쟁심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느끼는 감정입니다. 이 감정을 부모가 섣불리 억압하려 든다거나 외면할 때,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가 생겨납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습니다. 경쟁자가 생긴 큰 아이의 마음을 부모가 먼저 헤아리고 어루만져 줘야 동생을 돌보고 예뻐해 줄 마음의 여유도 생겨납니다.

    아이가 스스로 부모에게서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형제는 그렇지 않다고 여길 때 형제 갈등이 커집니다. 게다가 사연처럼 부모의 편애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사랑을 덜 받는다고 여기는 아이가 사랑을 더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는 형제를 질투하고 경쟁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첫째, 둘째 그리고 막내... 부모에게 누가 가장 사랑받았을까요? 우리나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대부분 자신이 아닌 다른 형제가 부모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대답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형제 중 누구도 자신이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 부모는 편애하지 않고 똑같은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그 사랑을 받는 자식들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또 언제나 풍족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거죠.
    그래서 아이에게 주는 사랑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같은 자식이라도 다른 사랑이 필요하다
    과연 공평한 사랑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지구에 60억 명의 사람이 있다면, 60억 개의 우주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 속으로 낳은 똑같은 내 자식이지만 각각 기질과 특성, 재능과 성격의 장단점이 너무 다른 아이들. 이렇게 다른 아이들에게 똑같은 사랑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편애하지 않는다는 것을, 양과 질에서 똑같게 나눠줘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지는 않나요?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공평한 사랑이 아니라, 그 아이 자신에게 맞는 저마다 다른 사랑입니다.

    내 속으로 낳았지만 너무 다른 내 아이들에게 각각 맞는 다른 사랑을 나눠주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을 모르겠냐고 하지만, 우리는 아이에 대해서 잘 모를 때가 더 많습니다. 어쩌면 부모의 기대에 맞춰서, 부모가 생각하고 싶은 틀 안에서만 아이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제나 자매, 남매... 아이를 그 틀 안에서만 보지 말고 아이를 개별적으로 하나의 인격체로 떠올려보면 그 동안 몰랐던 진짜 모습을 알게 됩니다.

    그 다음 형제간에 지켜야 할 큰 원칙, 즉 그 어떤 경우에도 우애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언제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열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해줘야 합니다. 큰 아이의 성정이 약하거나 작은 아이가 가진 능력이 더 부각될 때 서열 문제가 불거집니다. 이때 부모가 나서서 큰 아이의 권위를 살려줘야 집안의 질서가 잡힙니다.

    나머지 부분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협상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조율해 나가도록 합니다. 때로 어설프고 위태위태해 보여도 사랑 아래 자란 아이들은 어긋나지 않고 잘 해나갈 거란 믿음을 부모가 먼저 갖는 일이 중요합니다.

    부모 자식 그리고 형제자매간에도 궁합이 있다고 합니다. 잘 맞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어딘지 불편한 자식도 있고, 동기간에도 특별히 더 사이가 좋은 형제가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사랑이 아닌 다른 사랑을 주면 됩니다.

    아이들 간의 갈등을 줄이려면...

    1. 서열 정리는 반드시 해줘야 합니다. 맏이는 맏이의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이 권위는 부모가 세워줘야 합니다. 그래야 동생을 보살필 이해심과 관용이 생깁니다. 만약 동생이 큰 아이의 권위를 넘본다면, 그것은 부모가 은연중 큰 아이보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작은 아이를 더 세워줘서일 경우가 많습니다. 동생 앞에서 형이 체면을 세울 수 있도록 평상시에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야 합니다. 동생은 동생으로 태어난 운명이기에 서열 문제 만큼은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2. 각각의 아이와 따로 보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통 두 아이를 키우면 놀 때도 쉴 때도 공부할 때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아이 돌보는 것도 벅찬데, 언제 한 아이씩 시간을 갖냐고요? 때로 남편과 번갈아 가며 한 아이에게만 집중해 보세요. 정말 놀라운 변화가 생깁니다. 한 아이만 데리고 동네 마트라도 다녀와 보세요. 경쟁자가 없는 곳에서 그 아이만의 속마음을 알아볼 수도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는 부모가 자기 자신에게만 온전히 사랑과 관심을 쏟는 경험을 갖게 됩니다. “엄마에게는 네가 최고야. 너를 얼마나 믿고 의지하는지 모른다.”는 입에 발린 말(?)이 아이에게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3. 아이들끼리 잘하게 한다고 경쟁을 부추기지 마세요. 우리는 은근히 못하는 아이가 잘하는 아이를 따라갔으면 하는 마음에 경쟁을 부추길 때가 있습니다.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대로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아이대로 마음의 부담이 됩니다. 부모는 잘하라고 하는 말도, 서로 비교당하는 기분이 들어 형제간의 사이만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 아이는 이 아이대로, 저 아이는 저 아이대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상책입니다.

    4. 고자질이나 이간질은 절대 용납하지 마세요. 한쪽 아이의 이야기만 들어주면 당연히 다른 쪽 아이가 억울하고, 또 싸움이 나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우리 엄마 아빠는 절대 고자질이나 이간질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야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부모가 만들어줘야 합니다.

    5. 영원한 ‘한팀’임을 일깨워주세요. 형제자매는 세상 그 어떤 관계보다 끈끈하고 든든한 내편, 영원한 ‘한팀’이죠. 아이들에게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는 말을 넘어서 우애를 강조해 주세요. 너희들은 엄마 아빠와 ‘한팀’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좋든 싫든 잘 맞춰서 평생 가야 하는 사이라고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에 서로 힘을 주고받을 사이라고요.

    에디터맘 송미진(도서출판 센추리원 대표)/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며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고 5살 터울로 둘째를 낳아 기르며 생기는 무수히 많은 육아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의 심리에서부터 엄마의 학습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육아서를 기획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전문가들로부터 1대1 멘토링을 통해 두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얻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ssongmj71@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사연이 채택되신 분께는 정성껏 만든 육아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

    카카오스토리 쏭언니의 소통육아 https://story.kakao.com/ch/mom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