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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는 직장맘입니다. 유치원 때는 종일반과 태권도학원 등으로 돌리면서 어떻게든 버텼는데, 적응 기간 없이 초등 돌봄교실에 바로 보내도 되는 건지 걱정이 됩니다. 입학 후 첫 일주일 동안 아이들 교우관계가 다 맺어진다는데, 휴가라도 내고 아이를 쫓아다녀야 할까요? 주변에서는 이참에 직장 그만두는 것도 아이를 위해 좋은 일 아니냐고들 하는데요. 이래저래 고민이 많이 됩니다. (외동딸을 처음 학교에 보내는 30대 직장맘)
A. ‘첫 아이 학교 보내기’, 책 한권으로도 모자란 주제이지요. 특히 직장맘이라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아이가 입학하고 첫 일주일. 말씀하신 대로 휴가를 내실 수 있으면 아이와 함께 보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큰아이, 작은아이 초등학교 입학하고 일주일 동안 휴가를 몰아서 썼습니다. (대부분 직장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만요.)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다른 대가를 치루더라도(?) 아이가 입학한 후 다만 며칠이라도 휴가를 쓰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입학 후 처음 일주일은 학교 적응을 위해 2시간만 수업을 합니다. 10시 반에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교문으로 나오지요. 교문 앞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엄마들로 이산가족 상봉장을 방불케 합니다. 10시 반에 끝나기 때문에 아이들 학원도 아직 오픈하기 전입니다. 이때가 바로 아이들을 놀게 하는 골든 타임이고, 이때 이뤄진 교우관계가 1년을 좌우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초등 저학년 때는 아이들보다는 엄마들의 취향과 의지로 교우관계가 결정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한두 엄마들이 조심스럽게 동네 실내 놀이터에서 아이를 함께 놀리자고 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렇게 한두 번 놀아보고 난 후에 마음이 맞는 아이들의 소모임이 이뤄지게 됩니다. 1년 내내 아이들의 모임은 이때 토대로 만들어진 모임에서 분화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입학 후 며칠이라도 시간을 내라고 하는 겁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취업주부의 아이들은 이 모임에 끼게 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지요.
한 아이가 크려면 한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마음에 맞는 좋은 엄마들을 만난다면, 정말 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전업주부 입장에서는 직장맘에게 아쉬울 일이 없습니다. 괜히 친분을 터놓았다가 챙겨줘야 할 일들만 많아져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했다고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입학한 초기 주말 등 시간이 될 때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좋습니다. 일단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가능한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처음 몇 번 시도해보다가,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물론 선택의 문제이자만,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뭐든지 공짜는 없다고, 전업주부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받으면 안 됩니다. 아이의 친구까지 돌보는 일쯤이야, 한두 번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마음을 가진 엄마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도움은 서로에게 부담이 됩니다. 반드시 내가 도움을 받으면 상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합니다. 평일에 전업주부들의 도움을 받았다면, 주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식이지요. 말로 그리고 행동으로 고마움을 표현해야 합니다.
유치원 때와 달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아이까지 이런 고생을 시키나, 회의감이 들 때도 한두 번이 아니지요.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일을 그만두지는 마세요. 힘들더라도 아이와 함께 남편과 함께 좌충우돌 고민하다보면 방법이 생길 거예요. 아이에게 미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아이에게 엄마의 현재 위치와 입장, 아이에 대한 부모의 생각, 믿음 등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해주세요.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른스럽습니다. 그 아이가 곧 엄마의 자랑이자 위로가 될 날이 옵니다.
팁 박스) 입학 초 더 알면 좋을 몇 가지
- 사람 다 마찬가지이지만, 학기 초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 아이의 성향과 맞는지 정도만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이 급하다고 너무 과도하게 다가가면 체하기 십상입니다.
- 남자아이 엄마, 여자아이 엄마 모임이 나뉘기 쉽습니다. 초등 저학년의 특성상 남자아이 엄마들이 더 걱정이 많기 마련이지요. 당연히 모임도 많습니다. 아이들끼리 투닥거려서 엄마들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너무 속 끓이지 마세요. 아이들끼리는 또 금세 친해지기 마련이니까요.
- 여자아이들은 대체로 학교생활도 곧잘합니다. 크게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남자아이들에 비해서 적지요. 아이의 학교생활에 관심을 갖고 물어봐주세요. “오늘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니?”라고요.
- 남자아이들은 곧 축구 클럽으로 뭉칠 거예요. 가능하면 같은 반 아이들이 있는 축구 클럽으로 가면 좋아요. 몸으로 뛰는 과정에서 서로 뭉치는 법도 나뉘는 법도 배우면서 몸도 마음도 부쩍 자라니까요.
- 학부모총회 때 반대표가 정해집니다. 반대표가 정해지면 아마도 교실 청소조가 짜여질 텐데요. 많은 선생님들이 학급 청소를 부담스러워하고, 금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엄마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내 아이가 깨끗한 곳에서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 청소를 핑계로 아이의 교실을 들여다볼 기회도 되기 때문에 학급 소풍날이나 주말 등에 청소를 많이 하게 되죠. 평일에야 함께 할 수 없겠지만, 주말에 청소가 있다면 캔커피라도 사서 참석하면 좋습니다.
- 3월이 지나면 아마 엄마들 밤 모임이 있을 거예요. 가볍게 맥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는 자리인데, 저는 이 모임을 ‘공무’라고 봤어요. 아줌마들 수다 모임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또 그만큼 마음에 맞는 엄마들과 친분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 에디터맘 송미진(도서출판 센추리원 대표)/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초등 2학년이 되는 딸을 키우며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고 5살 터울로 둘째를 낳아 기르며 생기는 무수히 많은 육아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의 심리에서부터 엄마의 학습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육아서를 기획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전문가들로부터 1대1 멘토링을 통해 두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얻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ssongmj71@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사연이 채택되신 분께는 정성껏 만든 육아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
[‘에디터맘 쏭언니’의 내 아이는 아는 만큼 지킨다] 첫 아이가 학교에 가는 직장맘은 눈앞이 캄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