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맘 쏭언니’의 내 아이는 아는 만큼 지킨다] “얌전하던 아이가 욕을 하기 시작했어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6.07 11:21
  • Q. 평소 얌전하고 부모 말도 잘 듣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초등 고학년에 올라가 상위권들만 다닌다는 학원에 보낸 후부터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주변 엄마들로부터 아이가 다른 친구들한테 욕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설마 하며 아이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공부하기가 많이 힘드냐,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건 아니냐... 아이를 다독인다고 이야기를 꺼냈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가 “** 그만 좀 해.”라고 욕을 했습니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이를 나무라니 “다른 형들도 다 하고 아빠도 하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되려 따집니다. 그 이후론 제 앞에서도 혼잣말처럼 툭툭 욕을 내뱉는 아이. 내 자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어진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초등 5학년 남아를 키우는 30대 전업주부) 

    A. 아이들은 언제부터 욕을 할까요?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엄마 말 잘 듣고 예쁜 말을 쓰던 아이들도 고학년이 되면 욕 한 두 마디 정도는 쉽게 내뱉곤 합니다. “에이 씨” “짜증나” “열받아”란 말들이 “XX”로 바뀌는 것은 물론 일상적인 상황에서 강조의 의미로도 욕을 많이 씁니다.

    아이들은 왜 욕을 할까요?
    청소년기는 부모 품을 벗어나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를 끝없이 탐색하는 시기입니다. 부모라는 기존의 가치와 질서에서 벗어나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움을 찾게 되는데요. 사연을 주신 내용의 아이도 또래 집단에서 배운 욕을 부모 앞에서 무심코 써본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부모는 뜻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충격적이지만, 뜻을 모르고 쓰는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했다고 보여집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욕이나 비속어를 쓰는 친구들은 왠지 좀 재미있어 보이고 ‘쎄 보이기도’ 합니다. 뜻도 모른 채 듣게 되는 이런 욕이나 비속어가 귀에 쏙쏙 박히는데,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욕은 일반 단어보다 4배 이상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욕설을 쓰는 친구들을 멀리하게 하면 될까요? 우리나라 청소년의 95퍼센트 이상 거의 대부분이 매일 욕을 쓴다고 하니,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는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실제 중고생들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거의 모든 문장에 욕을 붙여서 쓰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욕이 아이들의 일상어가 된 셈이라고 말하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화초 두 개를 놓고 키울 때, 하나에는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다른 하나에는 욕을 하면 욕을 들은 화초가 말라죽는다고 합니다. 욕은 듣는 사람도 나쁘지만 욕을 하는 사람의 뇌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평소 욕을 자주 하는 아이일수록 충동성과 공격성이 높고 학습 능력은 떨어진다고 연구 결과도 있죠. 그저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이나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엔 이러한 점들이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욕, 무조건 막는다고 능사일까?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욕은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됩니다. 청소년기에는 이를 넘어서 또래 문화를 공유하는 자기들만의 언어 수단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한 방편이 되기도 합니다. 욕을 할 때 순간적으로 감정이 배출되면서 시원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중독되다 보면 좀 더 ‘쎈’ 욕을 찾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욕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못하게 막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부모 앞에서는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친구들끼리 만나면 또 다하게 되니까요. 먼저 욕으로 표현하는 아이의 내면 감정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단순히 친구 사이의 또래 언어로 재미삼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를 상처주고 공격하려고 하거나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라면 좀 더 신중하고 내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연의 아이도 단순히 욕을 했다는 문제보다는, 그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욕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엄마가 먼저 생각해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욕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아이의 감정과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먼저입니다.

    어른들도 욕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유느님’으로 불리는 방송인 유재석도 사석에서는 욕을 한다고 하니까요. 그렇지만 유재석을 비롯해 대다수의 성인들이 욕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와 장소와 사람에 따라서 가려 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 분별력을 가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한계선’을 만들 수 있다면 한 두 마디 욕을 쓴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욕의 한계선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욕의 어원’을 찾아 그 실제 뜻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욕을 하는 것은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욕설을 너무 사용하자 욕에 대한 교양과목을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과제로 본인들이 평소에 하는 다양한 욕의 어원을 찾아보고, 그 욕이 일상생활에서 실제 어떻게 쓰이는지를 조사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학생들이 욕을 하는 실제 확률이 확 낮아졌습니다. 실제 욕의 뜻을 알고 난 다음에는 몰랐을 때처럼 함부로 쓸 수는 없었던 거죠. 대신 자기들끼리 감정을 표출할 때 재미로 쓸 수 있는 다양한 감탄사와 나름의 비속어들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욕의 어원을 찾아보세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달고 사는 욕의 뜻만 공유해도 접두사 접미사처럼 쓰이는 일은 많이 줄어든다고 확신합니다.

    욕하는 아이에게는…
    1. 너무 정색하지 않습니다.
    부모 앞에서 안 한다고 안 하지 않습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대부분 욕을 한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다른 아이가 문제라고 생각해 봐야 해결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인정하고, 아이가 왜 그런 말을 쓸 수밖에 없는지 고민해 보세요. 부모가 정색을 하고 금지하면, 아이들은 부모 앞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말하지 않고 숨게 됩니다.

    2. 아이 앞에서 무심코 쓰는 욕도 다 배웁니다.
    아이가 욕을 어디서 배웠을까요? 동네 놀이터, 학원, 학교에서도 배웠지만 엄마 아빠가 틀어놓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배우고 운전하는 엄마 아빠의 등 뒤에서도 배웁니다. 아이만 문제 삼지 말고 엄마 아빠의 언어 습관도 생각해 보세요.

    3.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다양한 감정의 표현법을 알려 주세요.
    어른들도 자신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분노, 짜증, 기쁨, 슬픔, 아픔, 외로움, 쓸쓸함, 허전함 등등 아이와 함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우선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분노나 짜증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양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꼭 욕으로만 표출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4.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주세요.
    그냥 일상적으로 욕을 한다고 하지만 보통 화가 나거나 짜증났을 때 더 ‘쎈’ 욕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스트레스를 풀어 보려고 하는 거지요. 아이가 욕 말고도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주세요.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행동으로 감정의 해소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운동이나 게임, 악기 연주, 그리기, 멍 때리기 등등...

    5. 욕을 하지 않았을 때, 그 모습이 훨씬 당당하고 멋지다고 표현해 주세요.
    욕을 심하게 하는 아이라면, 욕을 할 때는 ‘모른 척’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히려 욕을 하지 않을 때 집중적으로 칭찬해 보세요. 욕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음을 스스로 알게 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있는 ‘향상심’, 더 좋아지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하면 좋습니다.

    6. 진짜 인간관계를 맺게 도와주세요.
    또래 집단에서 욕을 해야 인정받는다는 것도 일종의 허세입니다. 청소년기의 특징이 있겠지만 결국은 인간관계가 문제입니다. 진짜 인간관계는 무엇인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정말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는 누구인지, 자신도 그런 친구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다 보면, 훌쩍 자란 자신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에디터맘 송미진(도서출판 센추리원 대표)/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며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고 5살 터울로 둘째를 낳아 기르며 생기는 무수히 많은 육아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의 심리에서부터 엄마의 학습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육아서를 기획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전문가들로부터 1대1 멘토링을 통해 두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얻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ssongmj71@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사연이 채택되신 분께는 정성껏 만든 육아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

    카카오스토리 쏭언니의 소통육아 https://story.kakao.com/ch/mom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