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과정과 고등과정의 학생부 양식이 모든 항목에서 통일되어 있으나, 교과학습 발달상황(흔히 말하는 내신)에서 차이를 보인다. 고등학교의 교과학습 발달상황에는 학습 분야에 해당하는 ‘교과’, 교과의 세부항목인 ‘과목’, 전체 수업량에서 각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의 의미인 ‘단위수’, 성적을 A(수), B(우), C(미), D(양), E(가)로 절대평가 등급을 부여하고 해당 학생 수가 몇 명인지 알 수 있도록 기록한 ‘성취도(수강자수)’, 중간/기말고사 후 시험지를 채점했을 때의 ‘원점수’와 시험의 난이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과목평균’, 원점수와 과목평균을 통한 ‘표준편차’, ‘석차등급’을 통해 상대평가 등급(1~9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상급 학교에서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각종 자료가 나열되어 있는 셈이다. 보통 교과 중에서 국, 영, 수 등에 해당하는 과목은 위의 성적 산출방식을 따르지만, 체육, 음악, 미술에 해당하는 과목은 ‘교과’, ‘과목’, ‘단위수’, ‘성취도’만을 기록한다. 그리고, 교양교과에 해당하는 ‘환경’, ‘보건’, ‘직업’ 등의 과목은 이수했을 경우 과목명 및 이수시간을 입력하고 이수여부에 pass를 뜻하는 'P'를 입력한다. 학생부에 표기되는 내용들을 볼 때, 교양과목 < 예체능과목 < 예체능과목 외 보통과목 순으로 평가 방식을 다양하게 구성해 놓았다. 공급 자료의 다양성의 정도는 수요자의 활용범위와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성적을 해체하고 분석하기 위한 과목 점수의 평가방식이 다양할수록 보다 철저한 관리를 요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학교의 교과학습 발달상황에는 고등학교의 항목 중 ‘단위수’와 ‘석차등급’의 기록란이 빠져있다. 상대평가 방식의 성적 노출이 학생들 간의 경쟁을 심화한다는 취지에 따라 ‘성취도’만을 기록했으나, 실제 과목 석차와 등급이 학생부에만 기록되지 않을 뿐, 학생들이 받는 성적표에 노출되어 있다. 또, 학교에 요청시 ‘교과등급확인서’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특목고 등 입시에서 특정과목의 등급자료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위의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게 된다. 

학생부는 담임선생님이 기록하는 항목이 대다수지만, 세부특기사항은 학과 담임선생님의 소견을 기록하는 장이다. 과목별(방과 후 학교 포함) 종합의견란이다. 학기명과 과목명을 입력하고 성취수준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입력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주당 수업시간이 적은 과목을 떠올려보자. 단위수가 적은 과목의 선생님은 특정 교실에서의 수업 시간이 적은 만큼, 많은 교실에서 수업을 하게 된다. 그 만큼 해당과목을 여러 학생들에게 지도하게 되는 셈인데, 각 학생의 해당 과목에 대한 이해도 및 과목에 대한 재능을 일일이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록은 해야 하는데, 개개인에 따른 상황을 알기 어렵다. 학생들도 시간표가 빠듯한데, 별도의 시간을 내어 심층 면담을 하는 것도 무리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은 누구를 기억하겠는가? 어쩔 수 없지만, 지필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회자되는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세간에 유행하는 말대로, “1등만 기억하는 학교”가 되기 십상이다. 또 다른 방법은 수행평가의 적극적인 참여다. 지필고사와 수행평가 결과를 토대로 학습 성취도를 판단하게 되므로, 수행평가를 통한 학생의 특성과 교육적 성과를 파악할 수 있다. 수행평가는 지필고사 외 학생의 능력을 판단하는 또 다른 채널이 될 수 있으나, 이것도 수행평가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눈에 띄게 마련이다. 단순하게 ‘어느 학기에 무슨 과목을 이수하였음’, ‘무슨 주제로 조별 발표를 하였음.’ 과 같은 무미건조한 내용은 학생을 평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복수의 학생들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식상한 내용이나 피상적인 표현이 많다. 수행 평가를 통해 그 학생만이 보여주었던 인상 깊었던 사례나 특기할 만한 사항에 대해 부가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어진 교과목 학습을 통해 잘하는 학생만이 살아남는 냉정한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