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가 김진세 원장의 '학생부 전성시대'] “기록의 신뢰는 구체화에서“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6.09 09:30
  • 말이던 글이던 애매모호한 표현은 촛점을 흐린다. 학교생활기록부도 마찬가지. 구체적 기술이 필요하다.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직종을 선택해야지 특정회사를 지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외로 ‘oo자동차’, ‘나사’ 등 기관이나 회사명을 기록한 학생들이 많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선호도 높은 일터를 기록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에서 무엇을 할 것이며, 나사에서 어떤 분야를 담당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자동차 엔지니어’, ‘자동차 디자이너’, ‘테스트 드라이버’ 등 구체화 되어야 한다.

    또, 직책을 기록하는 학생도 있다. 대표적으로 'CEO', ‘장관’. 학생들은 모두가 청운의 꿈을 품고 있을 텐데, 장래희망이 어느 기업의 과장 또는 사원으로 마감하고 싶은 젊은이는 없을 것이다. 명성이 높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 것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지 나타나야 한다. 당연한 것 같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를 지키지 못한다. 아직 꿈이 구체화되지 못했다면, 1학년 때에는 범용으로 기록해도 좋다.

    예를 들면, 1학년 때에는 ‘법조인’으로 시작해서, 진로탐색이 구체적으로 이루어 진 후, ‘검사’, ‘변호사’로 구체화 될 수 있다. 하지만, 학년마다 매번 바뀌는 진로는 기타 활동을 통해 바뀌게 된 계기와 명분을 일일이 증명하기가 어렵다. 잦은 진로 변경은 인생 계획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학생부로 평가 받기 쉽다.

    특기, 취미도 마찬가지. 특기라는 것은 남들이 흔히 갖지 못한 재능이나 기술을 의미하는데, 이런 재능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특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쌓여야 가능하다. 그런데, 매년 특기가 바뀐다면, 완성도가 부실한 특기로 이해될 수 밖에 없다.

    많은 학생들이 취미로 여전히 ‘독서’와 ‘음악’을 기록한다.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탓인지 몰라도 너무 성의가 없다. 단순히 ‘독서’ 보다는 ‘고전문학 탐구’, ‘시조 암송’, ‘현대문학 탐독’처럼 주요 관심 분야를 구체화 한다면, 특기, 취미가 보다 특화된 학생으로 어필할 수 있다. 희망 진로가 위에서 말한 대로 ‘법조인’이라면 ‘학생 법률 서적’, ‘생활 법률 탐구’와 같은 진로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특기, 취미를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몇 일전, 고3 학생이 찾아왔다. 특기, 취미 란에 ‘음악’과 ‘영어’라고 기록하였고, 장래 희망은 영어교사라고 했다. ‘음악’의 종류도 다양할 텐데, 막연하게 음악이라고 하니 어떤 소질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악기 연주에 소질이 있다면, ‘피아노 연주’, ‘리코더 연주’가 될 것이고, 무엇인가 듣는 것을 좋아한다면, ‘뮤지컬 감상’, ‘오페라 감상’, ‘클래식 감상’ 등 다양한 표현이 있을 것이다. 그 외 작곡, 협주 등 즐겨하거나 잘 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을 뒤로하고, 단지 ‘음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모호한 개념이 될 수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 학생들 중에 ‘영어’ 배우지 않는 학생은 없을 텐데, 단순하게 ‘영어’라는 표현은 식상할뿐더러 특화된 분야로 보이지 않는다. ‘통역’, ‘번역’, ‘프레젠테이션’ 등 영어가 필요한 분야도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얼마든지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 미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콕 찝어 드러내자는 것이다. 뭉뚱그려 표현한다면 본인의 재능도 상대로 하여금 뭉뚱그려 평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굳이 학생부를 위해 없는 취미와 특기를 억지로 만들고 찾아내기 보다는 생활 속에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재능을 발굴하면 된다. 남들과 비교해서 절대적으로 잘하는 우위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 있는 다양한 재능과 기술 중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기록하면 되기 때문이다. 진로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취미, 특기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특정 진로를 위해 꼭 어떤 취미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가지고 있는 취미와 특기가 진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긍정적 영향과 효과가 있었는지 진정성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