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대입 이야기] 2022학년도 이후 수능과 학종의 변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2.27 09:42
  •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을 위한 ‘대입정책포럼’이 총 4회에 걸쳐 마무리 됐다. 2018년 8월까지 새로운 대입제도를 확정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의 일환이었다. 본격 변화는 올해 중학교 3학년(2003년생)들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입부터다. 포럼의 주제는 공정성을 중심으로 한 바람직한 대입제도의 개편 방안이었다. 실제 실행될 구체적인 정책들은 조금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지만 교육부, 대학,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교원단체 등이 모두 참여한 만큼 미래 입시의 대략적인 윤곽은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 중 현재 교육 수요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수능과 학종 두 입시 요소들에 대한 포럼 내용과 향후 전망을 간략히 짚어봤다.

    수능은 어떻게 바뀔까
    지난 2017년 발표되었다 유예된 수능 개편안의 골자는 절대평가의 확대였다. 올해 8월 발표될 새 수능의 모습은 어떨까? 4회에 걸친 이번 포럼에서는 다양한 수능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그 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서술형 또는 논술형 수능의 도입이다. 상대·절대평가 이전에 출제 유형 자체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제안들이다. 바칼로레아와 같은 전체 논술형 수능의 도입은 당장 어려울지 몰라도 일부 서술형 문항의 출제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기존의 객관식과 서술형을 혼용 출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문제는 서술형의 채점인데, 해당 부분만 대학이 개별적으로 채점하여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실제로 이 방법은 로스쿨 입학에 필요한 법학적성시험(LEET)에도 현재 활용되고 있다. 글자 수를 두세 문장(100~150자) 이내로 제한할 경우에는 지금과 같은 컴퓨터 채점도 가능할 수 있다. 아예 객관식 수능(수능I)과 논술·서술형 수능(수능II)을 2회로 나눠 치르자는 제안도 나왔다.

    미래의 수험생들이 이러한 논술·서술형 수능 도입 가능성에 각별히 주목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출제 문항 수가 많지 않더라도 수능의 실질적인 변별력이 서술형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정시모집에서는 상위권 대학의 진학 가능성이 서술형 해결 역량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다. 그 결과 전반적인 학습 패턴의 변화까지 요구한다는 점에서 절대평가 확대 등과는 차원이 다른 수능 이슈라 할 수 있다.

    그밖에도 수능 과목 수나 시험 시기 등에 대한 제언들이 많았다. 특히 학교 수업의 수능 종속화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1~2학년 때 수능을 보자는 제안이 이색적이었다.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적용될 경우 수능의 위상이 지금과 가장 크게 달라질 정책이다. 수능 과목과 출제 범위는 대체로 축소 제안이 많았다. 이는 새롭게 적용되고 있는 2015개정교육과정이나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다.      

    학종은 어떻게 바뀔까
    이번 포럼의 가장 중요한 논제는 역시 학생부종합전형이었다. 최근 상위권 대학들이 해당 전형을 지속적으로 확대함에 따라 기존 수능이 갖고 있던 입시 주도권을 상당 부분 잠식한 탓이다. 1차 포럼에서 교육 당국은 현재 학종의 대표적인 문제점 두 가지를 지적했다. 너무도 다양한 요소를 요구한다는 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포럼 참여자들은 관련 문제를 학생부 기록 과정과 대학의 평가 과정으로 나눠 제시했다. 서로 상반되는 제안도 많았다. 특히 공정성 부분과 관련하여 평가 과정 공개에 대한 의견 대립이 첨예했다. 학종이 갖는 불확실성과 준비 과정에서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평가 과정 또는 개인별 당락 이유 등에 대한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 해석에 관한 오류 등으로 그 실효성을 문제 삼거나 해외 사례 등을 근거로 정보 공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보 공개 자체가 학종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또 다른 비교육적 행위를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이다.

    정보 공개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보였던 것은 지금보다 안정적인 평가 시스템 구축과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 확보 방안이었다. 입학사정관의 부족이나 일자리 불안정성, 짧은 전형 기간 등으로 인한 부실 평가 등을 막기 위해 학종 선발 비율을 대학 여건 등에 따라 제한하거나 전형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학생이나 교사 참여자들이 주로 지적한 학생부 기록에 관한 논의들은 대안보다는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해당 포럼과 별개로 교육부장관 발언 등을 통해 학생부 기재 변화에 대한 기본 방향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골자는 기재 항목과 내용의 축소다. 교내수상경력이나 자율동아리, 소논문 실적 등을 학생부 기록에서 배제할 것으로 보이며 자격증·인증 취득사항도 입시 자료로는 제공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3월에야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지만 학생부가 학교생활의 보다 실질적인 내용만을 담아내는 방향으로의 변화됨은 확실해 보인다. 이를 평가해야 하는 대학들에게도 지금과 완전히 다른 평가 시스템보다는 현재의 방식에서 내실을 다지는 쪽의 노력이 요구될 전망이다.

    미래의 수험생 입장에서는 학종이 간소화되고 내실화될수록 그것이 원하는 실질 경쟁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학생부 독서활동의 도서 목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독서의 과정과 그 후속 활동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자신만의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 등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학생부나 자소서, 블라인드 면접 혹은 또다른 어떤 방식으로 대학에 전달될 수 있을지는 두 번째 문제다. 언제든 변화 가능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명확한 것은 다가올 학종이 서류상 스펙과 실제 역량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교과수업을 중심으로 학교 생활에 실제 충실한 학생들이 수능이나 다른 어떤 전형요소들에 열중했던 학생들보다 입시에서 훨씬 더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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