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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고입이 마무리 단계다. 아직 평준화 지역의 후기고 배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지원자들은 진학 가능성이 높은 한두 개 고교를 이미 염두에 둔 상태다. 지난해 발표되었던 2021학년도 수능 개편 방안이 백지화되면서 한 차례 허탈감을 경험한 ‘월드컵둥이들’의 대입 긴장감은 다른 어느 해보다 높아 보인다. 특히 현재의 학생부 중심 대입이 지속될 예정 속에서 일반고 진학을 앞둔 수험생들의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다른 어떤 학년보다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 2018학년도 고1 신입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대입 준비 전략에 대해 짚어봤다.
학생부전형과 내신 영향력의 이해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는 입시 변화에 대한 이해가 이전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교육과정은 바뀌지만 대입은 기존의 틀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어떤 면에서는 입시가 완전히 뒤바뀔 내년 고교 신입생들보다 대입 전략 수립이 더 어렵고 복잡할 수 있다. 일단은 기존의 입시 흐름을 이해해보자. 수시를 마치고 정시 시즌에 돌입하고 있는 올해 대입과 어느 정도의 윤곽이 드러난 내년(2019학년도) 대입은 학생부 중심 전형을 지향한다. 큰 틀만 공개된 2020학년도 대입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교과 내신이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로 주목받는다.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런 입시 기조 속에서 그 동안 많은 수험생들이 겪었던 아주 흔한 시행착오(?)가 하나 있다. 중요하다는 내신에만 몰두하다 전체 입시를 망치는 경우다. 내신의 중요성을 알고 집중했는데 대입에서는 왜 실패했을까? 첫째는 내신에만 ‘올인’한다 해도 목표 대학에 필요한 등급 획득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대부분 학생부전형에서는 내신 이외의 다른 경쟁력도 함께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엔 내신에만 허겁지겁 매달리다 등급도 다른 경쟁력도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대입과 마주하게 된다. 물론 내신 성적만으로 갈 수 있는 대학과 전형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중상위권 이상의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학생부교과전형에서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우선은 상위권 대학들의 선발 인원이 많지 않고 그나마도 순전히 고교 내신만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표적인 ‘인서울’ 대학이자 우리나라 대학 중 가장 많은 수의 학생을 뽑는 경희대의 경우도 교과 성적만 보고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은 없다. 경희대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또는 그 이상의 상위권 대학들은 교과전형이 있더라도 합격에 필요한 내신 수준이 매우 높다. 상위권 대학 중 학생부교과전형을 유지하고 있는 한양대의 경우 최근 합격자 내신 평균은 1.1등급대였다.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자는 물론이고 사실상 일반고 전교 1등만 지원할 수 있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자들보다도 높은 내신 등급대다. 물론 서울대 수시는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을 표방하는 만큼 학생부교과전형과의 비교는 무리가 있다. 또한 한양대의 교과전형은 수능최저가 없고 다른 어떤 전형요소도 추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신 경쟁이 유독 치열한 경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상위권 대입에서 내신만으로 승부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비교 가치가 있다.
아직까지 중상위권 대학들의 학생부교과전형은 대부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지만 향후에는 이를 폐지하는 곳이 늘어날 전망이다. 해당 전형에서 다른 전형요소나 지원 조건이 배제될 경우 합격자 내신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내신이 중요해질수록 내신만으로 대학 가기가 어려워지는, 이른바 ‘내신의 딜레마’로 불릴 만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떨까? 학종에서도 당연히 내신은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정성평가를 지향하고 학교나 세부 전형마다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 매우 다양해 내신 등급만으로 당락을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대부분 학교에서 단계별 전형을 치르는 만큼 1단계 통과를 위한 최소한의 등급 확보는 어느 정도 필수적이다. 일반고 학생들의 경우 중상위권 이상 대학에 학종 1단계 통과를 위해서는 2~3등급대 이내의 교과 내신이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 꼽힐 수 있다. 내신 이외 경쟁력이 월등할 경우 4등급 이하로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1단계 통과 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단 2~5배수 규모의 면접 대상자로 선발된 이후에는 내신 이외의 전형요소들이 매우 중요해진다. 전형별 배점 비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면접과 자소서, 비교과활동 등의 영향력이 막대해지기 마련이다.
수능보다 중요한 학교생활의 방향 설정
어쨌거나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학생부 관련 전형을 모두 내신 중심 전형으로 뭉뚱그려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고교 입학 후 첫 번째 내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 학생들이 이후의 대입 전략 수립에 혼란을 겪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은 내신을 올려놓고 보자’는 막연한 전략이 유일한 전략이었다면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 상향 곡선의 프리미엄을 기대하며 내신에 더욱 몰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정시나 논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이런 방향 전환마저도 앞으로는 여의찮을 전망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향후 대입에서 수능과 논술의 입지가 지금보다도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2018년 고교 신입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대입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정시나 수시논술 모집이 감소 추세를 벗어나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참고로 2018학년도 대입에서 정시와 수시논술 모집 비율은 전체 4년제 대입 선발 인원의 30%(26.3+3.7)였으며 2019학년도 대입에서는 27.6%(23.8+3.8)로 줄어들 예정이다. 올해 고교 신입생들에게 수능 중심의 정시 준비 부담이 선배들보다 커지는 두 번째 이유는 2022학년도 입시 변화다. 증가 추세의 n수생과 그 다음해로 예고된 역대급 입시 변화가 부담을 가중시킨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 ‘현역’ 수험생들은 정시에서 n수생들과의 하향 안정 지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대입 체제로 치르는 마지막 정시인데다 전체 수능 응시생의 1/4 규모에 이르는 n수생 구성은 재학생보다 상위권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능이나 논술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학교생활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 단지 내신 올리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1학년 초기에는 방향 설정이 핵심이다. 내신 등급은 대부분 수험생들에게 만족이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렇다고 내신을 등한시한 채 비교과에서만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어리석다. 교과와 다른 활동들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학습 패턴과 효율적인 활동 양식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아가야 한다. 때로는 적당한 수준의 내신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하고, 입시가 원하는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도 요구된다. 구체적인 목표 대학이나 학과, 진로 계획이 없다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객관적인 자기 분석을 토대로 한 1차적인 목표 설정이 가장 우선인 셈이다.
이 시기 대부분의 예비 고교생들은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주요 과목 선행학습이 한창이다. 입학 후 공부해야 할 양도 많고 치열한 내신 경쟁 속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 행위이다. 하지만 다가올 입시에서는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를 지속적으로 둘러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합격 준비 과정이다.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 요즘 우리 입시에서만큼은 결코 공염불일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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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형의 진학 이야기] 2018년 고교 신입생들의 2021대입 전략